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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망하는 거 아니냐" 했는데 '반전'…'꿈의 시총'도 넘었다

입력 2026-02-04 17:43   수정 2026-02-04 18:51

미국 최대 유통사 월마트의 시가총액이 1조달러를 넘어섰다. 애플 등 ‘빅테크’가 아니라 오프라인 유통사가 ‘1조달러 클럽’에 가입한 것은 최초다. 오프라인 거점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며 기업가치를 재평가받은 결과다. 반면 한국 대형마트는 온라인 쇼핑 공세와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월마트와 완전히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아마존 위협 뚫고 폭풍성장

3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월마트는 전날보다 3.65달러(2.94%) 상승한 127.7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월마트의 시가총액은 사상 처음 1조달러를 넘어섰다. 오프라인 유통사가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단연 압도적인 실적 증가세를 보인 결과다.

월마트는 2025회계연도(2024년 2월~2025년 1월) 매출 6809억달러, 영업이익 293억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5.1%, 영업이익은 8.7% 늘어났다. 증가세는 작년에도 이어졌다. 작년 2월부터 10월까지 세 분기 누적 매출은 5225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다. 특히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76억달러로 24.5% 급증했다.

월마트가 본격 성장세를 탄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후다. 이전에는 e커머스 강자인 아마존의 위협으로 위기에 내몰렸다. 반전의 계기는 월마트의 최대 강점인 오프라인 매장이었다. 월마트는 아마존을 무작정 따라 하는 대신 오프라인 매장을 디지털 기술과 결합하는 데 집중했다. 미국 전역의 4700여 개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했다.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인근 매장에서 즉시 배송하거나 픽업하도록 했다. 아마존처럼 배송망 구축에 별도로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을 필요가 없었다.

유통을 넘어 플랫폼으로 사업 구조도 바꿨다. 상품 판매 마진에만 의존하지 않고, 신사업인 ‘월마트 커넥트’를 선보였다. 매장을 거대한 광고판으로 활용했다. 월마트에 물건을 납품하는 협력사에는 소비자에게 즉각적으로 상품을 알릴 기회였다. 월마트가 보유한 구매 데이터를 활용하면 정교한 타깃 마케팅도 가능했다. 월마트 커넥트를 포함한 글로벌 광고 사업 매출은 2026회계연도 3분기에만 28% 증가했다.

유료 멤버십 서비스 ‘월마트 플러스’도 성장을 견인한 요인이다. 멤버십 가입자에게 무료 배송, 주유 할인, 매장 내 간편 결제 등 혜택을 줬다. 이를 통해 소비자를 월마트 생태계에 묶어두는 ‘록인 효과’를 냈다. 특히 고소득층 소비자가 월마트에서 물건을 사는 데 이 멤버십이 큰 역할을 했다. 인공지능(AI) 기술도 적극 활용했다. 실시간으로 재고를 파악해 품절 상품을 관리하고 운영 비용도 낮췄다. 여기서 아낀 비용은 다시 강력한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져 고물가 시대에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동력이 됐다.
◇규제 벽에 갇힌 한국 대형마트

국내 대형마트는 혁신을 꾀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단적으로 주가가 이를 보여준다. 국내 1위 대형마트 이마트는 최근 1년 새 약 47%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약 11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실적 개선이 투자자 기대에 못 미친 데다 쿠팡 등 e커머스에 맞설 만한 뚜렷한 전략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때 대형마트 2위로 군림하던 홈플러스는 사실상 청산 수순을 밟고 있다. 서울 잠실점 등 알짜 매장까지 줄줄이 폐점하기로 했다. 수년째 매물로 나와 있지만 인수하려는 곳이 없어 회생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대형마트의 부진 때문에 국내 유통시장에서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10% 아래로 떨어졌다. 2021년에는 이 비중이 15.1%에 달했다. 쿠팡, 컬리, 오아시스 등 e커머스가 새벽 배송을 통해 대형마트가 장악하던 신선식품 영역까지 파고든 영향이다.

규제가 대형마트를 억누르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24시간, 365일 영업할 수 있는 쿠팡 등 e커머스와 달리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휴업과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못 하는 규제에 갇혀 있다. 국내 대형마트가 물류 거점 역할을 못 하는 것은 이 같은 규제의 영향이 크다. 당초 전통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명목으로 도입된 규제가 e커머스와의 역차별로 작용하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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