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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월마트의 빅테크 변신

입력 2026-02-04 17:32   수정 2026-02-05 00:12

미국 CES에 단골로 참가하는 기업 중에 농업 부문 회사도 있다. 180년 전통의 세계 최대 농기계업체 존디어가 대표적이다. 차와 사람이 다니지 않는 대형 농장은 일반 차로에 비해 완전 자율주행차를 운용하기가 훨씬 용이하다. 존디어의 인공지능(AI) 트랙터는 스마트폰을 통한 간단한 조작만으로 트랙터가 알아서 밭 갈기, 씨 뿌리기 등을 척척 해낸다. 수백 개의 센서가 작동해 작물 상태에 따라 농약이나 물 분무량도 자동 조절한다. 이 회사의 요즘 슬로건은 “우리는 곡물만큼이나 많은 데이터를 수확한다”이다.

존디어처럼 전통 기업이 테크 기업으로 변신한 가장 상징적 사례는 월마트다. 오클라호마 출신 촌뜨기 샘 월턴이 64년 전 인구 5000명의 소도시 아칸소 로저스에 1호점을 연 월마트는 이제 미국 증시에서 빅테크 대접을 받고 있다. 기술주 시장인 나스닥에서 거래되고 있고, 얼마 전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했다. ‘1조달러 클럽’ 중 본래 테크기업이 아닌 곳은 벅셔해서웨이와 월마트 두 곳뿐이다.

월마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핵심은 AI 쇼핑 챗봇 ‘스파키’다. 고객이 “바비큐 파티를 할 거야”라고 하면 좋아하는 고기 부위, 즐겨 마시는 음료 브랜드, 기존에 구매한 일회용 접시 세트까지 기억해 장바구니 구성을 제안하는 식이다. 스파키는 아마존 ‘루퍼스’와 함께 에이전트형 AI의 양대 축으로 자리 잡았다.

월마트에는 ‘10마일의 법칙’이란 게 있다. 미국 인구의 90%가 미 전역 4700여 개 월마트 매장 약 10마일(16㎞) 내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존과의 경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다. 혁신적 배송 시간 단축은 물론 고객이 퇴근길에 매장 주차장에서 주문 상품을 받아 갈 수도 있고, 심지어는 매장 직원이 퇴근길에 배송해 주는 ‘라스트 마일’ 서비스까지 가능하다.

전통 유통업체의 인프라와 디지털 기술을 성공적으로 접목한 월마트는 기존 유통업체에 좋은 교훈이 될 수 있다. 급변하는 이 AI 시대에도 절대 변치 않는 샘 월턴의 지론이 있다. “회장부터 최말단 직원까지 모두 해고할 수 있는 보스는 단 한 사람, 고객뿐이다.”

윤성민 수석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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