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를 통과한 ‘허위조작정보 근절법’(개정 정보통신망법)이 교착상태에 빠진 한·미 관세협상의 주요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국이 플랫폼·디지털 규제 입법은 신속하게 처리하면서 대미 투자 약속 이행은 미루고 있다는 미국의 불만을 부채질했다는 것이다.
4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통상 협상 과정에서 “우리가 반대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빠르게 통과시켰으면서 두 나라가 약속한 대미 투자 이행은 왜 미루느냐”며 불만스러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위 정보가 퍼질 경우 온라인 플랫폼이 관리 책임을 지도록 한 이 법안은 지난달 말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처리됐다. 반면 대미 투자 이행을 뒷받침할 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미국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과 같은 선상에서 보고 있다. 규제 영향권에 구글, 메타 같은 미국 빅테크가 포함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공개한 ‘2026~2030회계연도 전략계획’에서 “외국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안을 입법하는 것이 미국 기업과 미국 국민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관세 인상 카드를 꺼내 든 상황에서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은 더 이상 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은 정부 해명보다 입법부가 실제로 어떤 법을 통과시켰는지를 더 중시한다”며 “행정부가 대통령 권한을 활용해 시행령이나 행정조치 등을 통해 가시적인 대미 투자 실행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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