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서학 개미'들의 열풍에 한국 외환당국의 환율 안정 정책 효과가 무력화되고 있다는 로이터 통신의 분석이 나왔다. 서학 개미들이 달러 수요를 폭발시켜 당국의 방어선을 무너뜨린다는 지적이다.
로이터는 5일 분석 기사를 통해 "한국 당국의 환율 방어 노력이 역설적으로 국내 투자자들의 거센 미국 주식 투자 열기에 의해 밑바닥부터 흔들리고(Undermined)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가 지난해 말 내놓은 양도소득세 면제 등 파격적인 유인책이 투자자들에게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한 개인 투자자는 인터뷰에서 "미국 시장은 여전히 기회의 땅"이라며 "정부 발표를 듣고 오히려 미국 기술주를 사기 위해 달러 매수를 늘렸다"고 언급했다.
당국의 고심은 실제 수치로도 드러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보유액은 약 171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뛰어넘었다. 1월 한 달간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50억 달러에 달해 전월(19억 달러) 대비 두 배 이상 폭증해 원화 약세를 부채질했다.
로이터는 지난 1년간 코스피가 세계 최고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탈(脫) 한국’ 현상이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 역설적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가 인용한 전문가들은 코스피 랠리가 오히려 차익을 실현해 미국 주식으로 갈아타는 자금 인출 창구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와 장기 성과에 대한 불신이 근본 원인으로 지목됐다.
외환당국은 수출업체 달러 매도 독려와 국민연금 통화 스왑 등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한계는 뚜렷하다. 재무부 관계자는 최근 원화 약세의 주범이 외국인 투기 세력이 아닌 국내 내부의 강력한 달러 수요에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거주자 외화예금 역시 1194억 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찍고 있다.
세제 혜택 같은 단기 처방보다는 국민연금의 환헤지 전략 수정이나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근본적인 체질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로이터는 국내 증시를 '불안한 거품'으로 인식하고 미국 주식을 '안전자산'으로 여기는 투자자들의 심리적 이탈을 막지 못하는 한, 외환당국의 원화 방어전은 앞으로도 상당한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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