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이 8개월 만에 핵 협상을 재개했지만 뚜렷한 돌파구 없이 견해차만 확인했다. 미국은 협상 성과가 없자 추가 제재를 쏟아내며 이란을 압박했다. 이란은 핵 개발에 쓰일 수 있는 우라늄 농축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8시간 회담
AFP, IRNA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지난 6일 오만 수도 무스카트에서 이란 핵 문제를 논의하는 협상을 벌였다. 작년 6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을 공습하며 대화가 중단된 지 8개월 만이다. 미국과 이란 회담은 이날 오전 10시께 시작해 오후 6시까지 8시간가량 이어졌다미국 측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가 참석했으며, 미군 중동 작전을 총괄하는 브래드 쿠퍼 중부사령부(CENTCOM) 사령관(대장)이 동석했다. 군 지도부가 외교 협상에 등장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쿠퍼 사령관은 미국 군사력을 상기시키기 위해 정복을 착용했다고 ABC방송은 전했다. 이란에서는 압바스 아락치 외무장관이 대표로 나왔다.

이날 회담은 미국과 이란 대표가 대면하지 않고,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이 양측을 오가며 말을 전하는 ‘간접 대화’ 형식으로 열렸다. 지난해 양국 협상도 오만을 중개자로 둔 간접 회담이었다.
이란 사정에 정통한 중동 외교관에 따르면 이날 회담에서 이란 측이 미국으로부터 우라늄 농축 중단을 요구받았으나 이를 거부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다만 미국이 농축과 관련한 이란 입장을 이해하는 듯했으며, 이란 입장에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고 이 외교관은 전했다. 이날 회담에서 이란의 미사일 역량과 관련한 논의는 없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중동 언론 알자지라는 다른 중재국인 이집트, 튀르키예, 카타르가 이란에 ‘3년간 핵 농축 중단’ ‘고농축 우라늄 국외 반출’ ‘탄도 미사일 선제 사용 포기’를 협상안으로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이 핵무기 10개를 제조할 수 있는 ‘60% 농축된 우라늄’ 440㎏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국의 추가 압박
아락치 장관은 회담이 종료된 뒤 취재진에게 “오랜 기간 단절된 양측 의견이 매우 긍정적 분위기에서 전달됐다”며 “좋은 출발이었다”고 자평했다. 이어 양측이 후속 회담 개최에 의견이 일치했다면서도 “시기와 방식, 일정은 알부사이디 장관을 통해 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미국 대표단에서는 즉각적인 공개 발언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회담이 끝난 지 6시간 정도 뒤에 이란과 교역하는 국가의 대미 수출품에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란과 거래하는 다른 나라에도 ‘2차 제재’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서 25% 추가 관세를 예시로 제시했다. 미국은 이란산 석유·석유화학 제품의 불법 거래에 연루된 단체 15곳과 개인 2명, 선박 14척도 제재 대상에 추가로 올렸다.
CENTCOM은 성명에서 “에이브러햄 링컨호 항공모함 전단이 군수 보급함 2척, 미군 해안경비대 함정 2척의 호위를 받으며 아라비아해(페르시아만·걸프 해역)를 항해했다”고 밝혔다. 쿠슈너와 윗코프 특사, 쿠퍼 사령관은 회담 하루 뒤 에이브러햄 링컨호에 올라 비행 작전을 참관했다. 윗코프 특사는 이후 X(옛 트위터)에 “장병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힘을 통한 평화’ 메시지를 수호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번 회담의 최대 쟁점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활동이다. 미국은 이란에 핵 개발에 쓰일 수 있는 우라늄 농축을 완전히 포기할 것을 요구했다. 이란은 이를 주권 문제로 보고 거부하고 있다. 이란은 중동 내 제3국이 참여하는 방식으로라도 우라늄 농축을 계속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미국과 이란이 핵 프로그램 폐기 협상에 나섰지만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자 유가는 소폭 올랐다. 6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장 대비 0.26달러(0.41%) 오른 63.55달러에 마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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