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이른바 '억만장자세'로 불리는 부유세 도입이 추진되면서 인접한 네바다주로 부유층이 이동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소득세가 없고 재산세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은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일대 초고가 주택 시장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8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실리콘밸리 등 억대 부자들이 세 부담을 이유로 라스베이거스 등으로 이주를 택하면서 초고가 주택 시장이 전례 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
고급 주택 중개업체 'IS 럭셔리' 창업자 이반 셔는 "라스베이거스의 고급 주택시장이 달아오르던 가운데 캘리포니아에서 전해진 소식이 이를 더 가속했다"며 "코로나 이후 우리 고객 중 캘리포니아 출신은 80%에 달했는데 억만장자세 법안이 제안된 이후 훨씬 높은 수준의 이탈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데이터 분석업체 렌트카페에 따르면 라스베이거스 대도시권의 백만장자 가구 수는 2019년 331가구에서 2023년 879가구로 166% 급증했다. 현지 중개인들은 과거 1000만달러(약 147억원)짜리 주택이 최고가로 여겨졌던 시장에서 최근 1100만∼2000만달러(161억~293억원)대 매물이 잇따라 나오는 등 가격 상단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경에는 세금 격차가 거론된다. 회계 소프트웨어 업체 인튜이트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는 소득세율이 최고 14% 이상(정신건강서비스세 포함)이다. 재산세도 0.68%이지만 네바다주는 소득세가 없고 재산세도 0.44%에 불과하다. 여기에 10억 달러 이상 부자들에게 일회성으로 5%의 세금을 걷는 억만장자세가 도입되면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포브스에 따르면 최근 라스베이거스에 2100만달러(약 308억)짜리 콘도를 구매한 돈 행키(82) 행키그룹 회장은 네바다행을 택한 이유로 억만장자세 논란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하지 않는 존재가 된 것 같았다"며 "이미 많은 부유층과 뛰어난 기업을 캘리포니아에서 떠나보냈다.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부유세 도입에 반대하는 이색 시위 '억만장자를 위한 행진'이 개최됐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창업자 더릭 카우프먼은 부유층 이탈이 캘리포니아 세수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시위를 주최했지만, 참여자는 20∼30명에 불과했고 오히려 취재진이 더 많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과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 등이 전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부유세 도입 법안을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