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의 환락도시 라스베가스는 1990년대 후반부터 수많은 리조트, 테마파크, 공연장, 클럽, 레스토랑 등이 들어서면서 종합엔터테인먼트 도시로 탈바꿈해왔다. 2023년 9월 세계 최대 규모의 구형 공연장 스피어(Sphere)가 오픈한 것은 이곳을 독보적인 엔터테인먼트 도시로 격상시키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약 1만 8천 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스피어는 약 1만 5천 제곱미터 규모의 고해상도(16K) LED 스크린이 시야를 전부 점령하고, 홀로플롯 기반의 세계 최대 맞춤형 오디오시스템인 ‘스피어 이머시브 사운드(Sphere Immersive Sound)’가 청각을 지배한다. “음악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스피어는 공연을 확장된 하나의 감각 기관으로 탈바꿈시키는 거대한 생명체 같다. 2025년 말부터 2026년 초에 걸쳐 스피어에서 미국 아이돌의 상징 백스트리트 보이즈(Backstreet Boys, 이하 ‘BSB’)의 공연이 펼쳐진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을 찾았다.

케빈 리처드슨, 하위 도로우, 브라이언 리트렐, A.J. 맥린, 닉 카터 등 5인조로 이뤄진 그룹 BSB는 화려한 군무나 퍼포먼스보다 ‘노래 그 자체’로 승부해온 팀이었다. 다섯 명의 목소리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화성과 하모니가 그룹의 정체성이었기에 스피어는 역설적으로 그들의 건재함을 시험하는 무대 같았다. 이토록 과도한 시청각 홍수 속에서, 이들의 음악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공연 전 BSB 공연 광고로 뒤덮인 웅장한 스피어 외관을 목도한 후, 곧 펼쳐진 웅장하고 눈부신 공연의 전주처럼 느껴졌다.
데뷔 30년 차 아이돌이 미래적 기술로 재현한 음악적 집단기억
미국 아이돌 그룹의 상징과도 같은 BSB를 스피어에서 마주하는 것은 단지 보이밴드의 추억을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팝 씬에서 BSB가 팬들과 쌓아온 집단 기억을 가장 미래적인 기술로 재현하는 의식이었다. 공연 시작 전 스피어 내부에는 BSB를 상징하는 컬러 화이트로 멋을 낸 팬들로 가득 차 있었다. 머천다이즈 코너에서 판매하는 후디, 스냅백, 타올 중 가장 잘 팔리는 컬러 역시, 화이트였다. 주로 30~50대 여성들이 눈에 띄었고, 가족 단위의 관객들도 많았다.


데뷔 앨범 <Backstreet Boys>(1996)을 포함해 <Millennium>(1999), <Black & Blue>(2000), <Never Gone>(2005), <Unbreakable>(2007), <This is Us>(2009) 등을 포함해 총 10장의 정규 앨범을 낸 30년 차 아이돌 밴드 BSB는 데뷔 시절 그대로 화이트 컬러의 옷을 입은 채 등장해 히트곡 ‘Larger Than Life’를 불렀다. 프로듀서 맥스 마틴의 90년대 시그니처 사운드가 공연장 전체의 공기를 터트렸다. 초대형 스크린에 띄어진 우주선은 무대 정면뿐 아니라 위와 옆, 심지어 뒤까지 침투하여, 노래를 공간 전체로 펼쳐 보였다.

‘It's Gotta Be You’와 ‘As Long as You Love Me’로 이어지는 공연은 ‘아이돌 그룹’이라는 BSB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전달했다. 과장되지 않은 몸짓으로 무대를 곳곳을 누비는 멤버들과 반복적인 패턴의 LED 디스플레이는 하나의 유기체처럼 새 생명을 얻은 것 같았다.

화음과 숨, 미세한 템포의 흔들림이 전면에 드러난 ‘More Than That’과 ‘Show Me the Meaning of Being Lonely’는 BSB의 전성기를 다시 보는 듯했다. ‘I Want It That Way’와 ‘Shape of My Heart’ 그리고, ‘Quit Playing Games (With My Heart)’ 등에서 관객들의 집단기억이 떼창으로 재현되었고, BSB가 명실상부 미국을 대표하는 발라드 밴드임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이번 공연은 앨범 <Millennium>의 리마스터링 버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된 것인 만큼 BSB는 <Millennium>에 수록된 모든 곡을 불렀고, 팬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곡 ‘Everybody (Backstreet’s Back)’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이 노래를 부를 때, “Backstreet’s back, alright!”라는 가사는 공연 전체를 관통하는 테마 같았다. 약 2시간 동안 BSB는 25곡을 공연하면서 관객과 웃고, 노래하고, 춤췄다.
타임머신 우주선을 타고 멤버들과 과거,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콘셉트의 BSB <INTO THE MILLENNIUM SPHERE LAS VEGAS>은 오는 2월 15일을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미래의 건축기술로 일궈진 공간에서 사랑, 행복, 슬픔과 같은 감정을 30년 차 보이그룹이 노래하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오래된 감정들이 가장 첨단의 공간에서 다시 살아난다는 사실은, 팝 음악의 생명력이 어디에 있는지를 조용히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라스베가스=이진섭 칼럼니스트?아르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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