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글로벌 반도체 패권을 쥐기 위해 대중(對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의 고삐를 죄고 있지만 중국의 장비 독립은 오히려 속도를 내고 있다. 선봉에는 중국 최대 반도체 장비 기업인 나우라테크놀로지(NAURA Technology)가 있다. 나우라는 중국의 반도체 자립 정책에 힘입어 지난해 말 기준 ASML,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램리서치, 도쿄일렉트론에 이어 글로벌 5위 장비 업체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나우라의 주가 폭등은 탄탄한 실적이 뒷받침하고 있다. 나우라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366억700만위안(약 6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280억2300만 위안) 대비 30.6% 급증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54억8300만위안에서 62억8400만위안으로 14.6% 늘었다.
연간 기준으로도 2025년 최대 매출 520억위안, 순이익 7600억 위안으로 잠정 추정된다. 지난해(매출 298억3800만위안, 순이익 56억2100만위안)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전년 대비 각각 35.1%, 44.2% 증가한 수치다. 2025년 연간 실적은 오는 4월께 발표된다.
나우라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요한 세척·식각·증착 장비를 주로 생산한다. 2001년 베이징 칠스타를 모태로 설립된 2016년 NMC를 합병하면서 나우라로 재탄생한 중국 최대의 종합 반도체 장비 기업이다. 주요 고객사는 SMIC, 화홍반도체, YMTC 등 중국 내수 고객이다.
나우라의 유례없는 성장은 중국의 반도체 기술 굴기를 위한 공산당의 강력한 강제 국산화 정책이 뒷받침하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초부터 자국 반도체 업체들이 신규 생산라인을 구축하거나 증설할 때 국산 장비 비중을 최소 50% 이상 채우도록 의무화하는 지침을 시행 중이다. 중국이 이러한 강수를 둔 이유는 2022년부터 본격화된 미국의 핵심 장비 수출 규제로 인해 공급망의 목줄이 잡히는 상황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성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자국 장비를 강제로 채택하게 해 자체 기술력을 내재화하고 외부 압력에 팹 가동이 중단되는 리스크를 제거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나우라가 지난해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도 이같은 정책의 수혜를 입은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중국 국가 반도체 펀드(빅펀드) 3기는 나우라가 주력하는 식각과 증착 장비의 고도화에 집중 투입되고 있다. 나우라는 이미 중국 최대 파운드리 SMIC의 28㎚(나노미터, 1㎚·10억분의 1m) 공정 라인에서 산화, 확산 장비 점유율 60%를 돌파했다. 14㎚ 및 7㎚ 이하 선단 공정에 필수적인 원자층 증착(ALD) 장비와 고성능 식각 장비까지 상용화하며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다. 2026년 말부터는 메모리 제조사인 CXMT 등과 협력해 고대역폭메모리(HBM)용 첨단 패키징 장비 시장까지 진출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1분기까지 수주 잔고가 이미 꽉 차 있을 정도로 내수 장악력이 막강하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은 최첨단 공정의 필수 관문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국산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 한 연구소에서 ASML의 구형 장비 부품을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자체 EUV 프로토타입(시제품)을 개발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중국은 빅펀드 3기를 통해 노광 장비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분야에 집중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전문가는 "중국은 이제 미국의 규제에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 자국 중심의 완전히 독립된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는 단계에 진입했다"며 "나우라를 필두로 한 중국 장비 군단이 2030년엔 글로벌 공급망에서 서방 기업들과 기술 표준을 다투는 수준까지 올라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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