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하늘에서도 자로 잰듯 압도적인 기동을 펼쳤다.
이날 블랙이글스는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2026 국제방산전시회(WDS)에서 '월드클래스'급 기량을 과시했다. 블랙이글스가 중동지역 방산 전시회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블랙이글스가 '사우디 팰컨스'의 퍼포먼스에 이어 활주로를 박차고 날아오르자, 무전기를 쥐고 지상에서 상황을 통제하는 노남선 제53특수비행전대장(대령), 서동혁 제239특수비행대대장(중령)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하늘로 솟구쳐 오른 '검독수리' 8대는 우선 별·다이아몬드 대형 비행으로 몸을 풀었다. 이어 '전매특허'인 하트·무지개 기동을 펼쳐 리야드의 푸른 하늘에 색색 연기로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냈다.
블랙이글스는 아리랑은 물론 세계적인 인기를 끈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주제곡인 '골든' 등 경쾌한 음악에 맞춰 △360도 회전 △대칭 기동 △무궁화 기동을 잇달아 선보였다.
활주로 앞은 물론 뒤에 있던 4층 건물 옥상까지 빼곡하게 채울 정도로 많은 관객들이 블랙이글스의 비행을 지켜봤다. 총 4대의 기체가 2대씩 좌우 상공에서 빠른 속도로 날아와 치킨게임을 벌이다가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는 장면에서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기체가 시동이 꺼진 듯 흰 연기를 내뿜으며 휘청휘청 떨어지다가 다시 하늘로 치솟는 대목에서는 관객들이 일제히 숨죽였다가 탄성을 터뜨렸다.

건조한 고원지대인 리야드 상공은 조종사로서는 고난도 비행을 하기엔 까다로운 환경이다. 출력 효과도 더디고, 기온도 높아 대류가 느려 속도를 내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블랙이글스는 이날 최대 8000ft(약 2438m) 상공까지 치솟으며 최대속력을 냈다.
블랙이글스가 하늘에서 독보적 퍼포먼스를 펼치는 약 30분 내내 관객들의 환호성과 응원이 현장을 가득 채웠다. 활주로 앞에서는 사우디 교민들이 신명나게 비행을 지켜보며 고국에서 날아온 최정예 공군 파일럿들의 실력을 지켜보며 태극기를 흔들었다. 특히 기체들이 하늘 위에 매끈한 태극 문양을 그려낼 때는 교민들이 "저것 봐, 태극무늬야!"라고 외치며 감격에 젖기도 했다.
사우디 교민 윤종근 씨(58)는 "조금 전에 본 사우디 에어쇼와는 차원이 다른 기술력을 보여준 것 같다"며 "사우디 상공에서 한국 블랙이글스의 비행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공군 역시 WDS 제3전시관에서 블랙이글스 부스를 운영하며 현지에서 인기를 체감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블랙이글스팀은 이번 리야드에서 K팝 그룹처럼 높은 인기를 누렸다"고 했다.
한편 블랙이글스는 이번 WDS에 참가하면서 일본 항공자위대 오키나와현 나하 기지에서 급유받은 것도 화제가 됐다. 일본 항공자위대가 한국 공군 항공기에 급유를 지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블랙이글스는 이번 WDS 참가를 위해 지난달 28일 원주기지에서 출발해 오키나와, 필리핀, 베트남, 태국, 인도, 오만 등을 거쳐 사우디에 당도했다. 인도에서만 총 3번의 급유를 받았을 정도로 여려운 여정을 거쳤다. T-50B 9대(예비용 1대 포함)와 C-130 4대에 장병 120여 명이 탑승해 약 1만1300㎞를 비행했다.
리야드=배성수 기자/국방부 공동취재단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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