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령 현역 배우 신구(90)가 다음 달 연극 ‘불란서 금고’에서 노익장을 불태운다. ‘불란서 금고’는 영화 ‘웰컴 투 동막골’, ‘박수칠 때 떠나라’ 등을 연출한 장진 감독이 10년 만에 내놓는 신작 연극으로, 처음부터 신구 캐스팅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작품이다.
‘불란서 금고’의 극본과 연출을 맡은 장진 감독은 10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번 작품의 제작 배경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작년 5월, 국립극장에서 신구 선생님이 출연하신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봤는데 소름이 끼칠 정도로 정말 좋았어요. 내가 왜 이제껏 선생님을 무대에 못 모셨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생겼죠. 그래서 선생님을 무대에 모실 수 있게 그냥 이야기를 써보자 해서 시작된 작품이에요.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도 모른 채 첫 대사만 쓰고 선생님께 찾아갔어요.”
연극 ‘불란서 금고’는 금고를 털기 위해 모인 생면부지의 다섯 인물이 한밤중에 벌이는 소동을 그린다. 완벽해 보이던 이들의 계획은 서로 다른 욕망으로 뒤틀리고 이야기는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흐른다. 장진 특유의 리듬감 있는 대사와 블랙코미디는 극에 긴장감과 웃음을 불어넣는다. 신구와 성지루는 앞이 보이지 않지만 전설의 금고털이 기술자로 이름을 날린 맹인 역에 더블 캐스팅됐다. 장현성·김한결·정영주·장영남·최영준·주종혁·김슬기·금새록·조달환·안두호<!-- notionvc: 9b741646-4230-497e-9a4d-938a1f6b5f2e --> 등도 금고털이범으로 한 무대에 오른다.
이날 신구는 ‘연극이 삶 그 자체’라는 짧지만 묵직한 발언으로 울림을 줬다. 그는 연극의 의미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이렇게 대답했다. “살아있는 거니까 하는 것이고, 내가 평생 해온 게 연극이니까 하는 것이죠. 밥 먹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신구는 고령의 몸으로 연기하는 것에 따른 어려움도 털어놨다. “귀가 어둡다”는 그는 “작품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신통치 않은 몸을 극복하려고 하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대사를 외우는 것도 당연히 힘들다. 외웠던 것도 돌아서면 잊어버린다”며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왜 이렇게 되는지 모르겠다”고 웃어 보였다.
이에 장 감독은 “신구 선생님은 제가 만나본 배우들 중에서 기준점이 가장 높으신 분”이라며 “이렇게 늘 투정 섞인 말씀을 하시지만, 성지루 배우가 대사를 틀릴 때는 직접 대사를 알려주실 만큼 연습 과정에서도 모자람 없이 참여하고 계시다”고 덧붙였다.
이날 참석한 배우들 역시 신구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장현성은 “선생님의 연기를 보면 불필요한 것을 모두 덜어낸 결정체가 바로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성지루는 “선생님이 무대 위에서 뿜어내는 향기는 어디까지일지 정말 경이롭다”며 “저만의 맹인 역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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