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같은 중국산발(發) 안보 우려가 커지자 전력망과 연결되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역시 취약 지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 중 90% 이상이 UU그린파워, 윈라인, 인파이파워, 메그미트 등 중국 업체가 제작한 파워모듈을 채택하고 있어서다. 중국산이 유통 과정에서 국산으로 둔갑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기차는 현대차·기아 등 국내 브랜드가 지난해 기준 57% 점유율을 방어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를 떠받치는 충전 인프라가 중국산 부품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그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전방위 보조금과 세계 최대 내수시장에서 쌓은 풍부한 트랙 레코드가 있다. 이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차세대 라인업을 다각화해 국내 업체들이 설 자리를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선 화합물 전력 반도체부터 파워모듈, 충전기 운영사업체(CPO)까지 전 영역에서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유럽과 미국 역시 중국산 파워모듈 의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유럽에서는 이탈리아 알피트로닉과 스위스 ABB 등이 급속충전기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지만 나머지는 대부분 중국산이 채우고 있다. 미국은 자사 충전 인프라에 자체 제작한 파워모듈을 적용하는 테슬라를 제외하면 중국산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CPO 시장은 업체가 한때 300~400개에 달했지만 최근 40여 개로 급감했다. 값싼 중국산 파워모듈에 의존해 가격 경쟁만 벌이다가 통신 오류와 운영 부실 등이 누적된 탓으로 풀이된다.
양방향 충방전 시스템(V2G·Vehicle to Grid)이 대표적이다. 전기차를 충전기에 꽂아두면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이 전력망으로 역전송되는 기술이다. 전기차 소유주는 전기료가 싼 심야에 충전하고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낮 시간에 전기를 팔아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전기차 수십만 대를 전력망에 연결하면 거대한 가상 발전소가 된다. 정부는 최근 V2G 상용화를 위한 기술 표준화 및 제도 마련에 착수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기는 인증·통신·제어·정산이 결합된 ‘충전 운영체제(OS) 생태계’로 재편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충전 인프라 심장인 파워모듈을 특정 국가에 의존하면 산업 주도권을 잃고 안보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파워모듈 없이 전력 공급에만 집중해 ‘고급 멀티탭’으로 불리던 완속충전기 영역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차량과 직접 대화하는 전력선 통신(PLC) 모뎀을 장착하면 완속충전기를 지능형 인프라로 탈바꿈할 수 있다. 이에 국내 스타트업 그리드위즈는 국제 표준을 충족하는 PLC 기반 충전기 통신·제어 기술을 자체 개발해 완속충전기에 적용하고 있다.
김리안/하지은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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