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에 대해 “긍정적인 진전”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한국 관세 인상을 유예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백악관은 9일(현지시간) ‘한국 여야가 이날 본회의를 열어 오는 3월 9일까지 활동할 특위 구성을 통과시킨 것을 한·미 공동 팩트시트(설명자료) 이행을 위한 의미 있는 조치로 보느냐’는 언론 질의에 “한국이 한·미 무역협정 약속을 이행하는 데 있어 긍정적인 진전”이라고 답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전날 “3월 국회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이 통과되면 미국이 관세 인상을 유예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한 데 이어 백악관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국회가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이행을 위한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늦추고 있다는 이유로 한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15%에서 25%로 다시 올리겠다고 압박했다.
이후 한국 정부는 통상·외교라인 당국자를 미국에 급파하고 여당을 중심으로 대미투자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키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 또 특별법 시행 전이라도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를 검토하기로 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법 시행 전까지 양측이 발굴하는 후보 프로젝트에 대해 사전 예비 검토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미국이 한국의 비관세 장벽 문제가 진전되지 않으면 관세를 높일 수 있다고 압박하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잦아든 재인상 공포…한·미 협상 '일시 휴전'
무엇보다 국회가 전날 여야 합의로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의 건’을 통과시킨 점이 결정적이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이슈(대미투자특별법 입법)가 해소되면서 관세 인상이 유예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을 방문해 ‘1호 대미 투자’를 위한 구체적 협의를 시작한 것도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힘을 보탰다. 구 부총리는 이날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전에라도 투자 후보 프로젝트를 미리 검토하는 추진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특별법이 제정돼도 시행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대미 투자 이행 속도가 늦다는 미국 측의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겠다는 취지다.
구 부총리는 특별법 처리를 위한 국회 특위 구성을 환영하면서 “정부도 신속한 법안 처리를 위해 법안 심사 과정에서 최선을 다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입법과 투자 실행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여 미국 측의 압박을 최대한 누그러뜨린다는 취지다.
이런 가운데 릭 스위처 USTR 부대표가 한국을 방문해 11일 여 본부장과 만나기로 해 회의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여 본부장은 앞선 방미 기간 그리어 대표와 면담을 추진했으나 불발됐다. 이에 대해 ‘한국 길들이기’라는 분석이 많았다.
이후 이번 답방 형태의 면담은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에 명시된 비관세 분야 합의에 대한 한국의 ‘이행 성적표’를 꼼꼼하게 따지는 까다로운 면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구체적으로 원예작물 창구인 US데스크 설치 이후 상황, 온라인플랫폼법 입법 문제 등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 통상 전문가는 “문제는 여 본부장이 위임받은 협상 카드가 부족하다는 점”이라며 “농산물 문제는 우리 정부의 ‘레드라인’을 넘어설 수 있고, 온플법과 플랫폼 문제는 산업부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정관 장관은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비관세 장벽과 관련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노력이 많이 있다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물론 비관세 장벽과 관련해 한·미 간 여러 이슈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그 트랙을 통해 관리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관세 장벽 문제는 관세 재인상과는 별도의 이슈라는 취지로 해석됐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김대훈/하지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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