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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실용주의' 통했다…조기폐쇄 앞둔 석탄발전에 규제 유연화

입력 2026-02-12 11:28   수정 2026-02-12 11:39



2040년 조기 폐쇄를 앞둔 석탄화력발전소에 적용되던 ‘저탄장(석탄 저장고) 옥내화 의무’ 규제가 완화된다. 수천억 원을 투입해 지은 시설이 발전소 폐쇄 후 ‘고철 덩어리’로 전락할 것이라는 산업계의 우려를 정부가 받아들인 결과다. 이번 조치로 절감된 비용은 해상풍력, 스마트팜 등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에 재투자될 전망이다.

11일 발전 업계에 따르면 한국남동발전과 기후에너지환경부, 지지체는 최근 인천 영흥발전소의 옥내 저탄장 설계 방식을 기존의 '전면 대형 철골 구조물'에서 '철골 및 에어돔 혼합형'으로 변경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돔은 공기압을 이용해 막 구조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일반 철골조에 비해 설치 단가가 훨씬 저렴하다. 영흥발전소는 이번 설계 변경만으로도 수백억 원에 달하는 건설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됐다.

이번 규제 완화는 지난해 12월 초중순 발전공기업 관계자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을 만나 "조기 폐지가 예정된 발전소에까지 획일적인 옥내화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건의하며 급물살을 탔다. 김 장관의 실무 검토 지시 이후 2개월 만에 나온 결과물이다.

다만 정부는 미세먼지 등 환경 오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운영 조건을 단 것으로 전해졌다. 평상시에는 옥내 시설 내에서 석탄을 관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비축량이 급증하는 비상시에만 정부 승인 하에 옥외 저탄을 허용하는 식이다. 이때도 살수 장치와 방풍 펜스 설치 등 비산먼지 저감 조치를 의무화해 기존 환경 기준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중부발전 보령발전소 역시 이번 규제 완화의 수혜를 입는다. 보령발전소는 당초 옥내화 설비 보강을 위해 석탄 이송 레일 변경 등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공사를 앞두고 있었다. 이번 조치로 기존 옥내 시설(1·2동)을 최대한 활용하되,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하절기 피크 시기에만 제한적으로 옥외 저탄을 허용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설비 개선 공사 부담을 덜고 운영 효율성을 높이게 됐다.

절감된 예산을 바탕으로 기존 옥내 저탄장 부지는 미래 에너지 산업의 거점으로 탈바꿈하게 될 전망이다. 정부와 업계는 폐쇄된 저탄장을 △해상풍력 기자재 조립장 △에너지저장장치(ESS) 단지 △수전해 시설(그린수소 생산) △스마트팜 등으로 재활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두고 "탈석탄 기조 속에서 기업의 현실적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은 실용적 절충안"이라고 평가한다. 과거 정부들이 2050년 탈석탄 정책을 강행하면서 현장에서 토로하는 옥내화 비용 부담에는 소극적이었던 것과 대조적이라는 분석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발전소 폐쇄가 예고된 상황에서 대규모 건설 비용을 쏟아붓는 것은 국가적 낭비"라며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그 재원을 지역 주민 지원이나 탄소중립 전환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실익이 크다"고 강조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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