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 일대에서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전신마취제 에토미데이트를 대량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정상 유통 경로를 가장해 수만개의 앰풀을 국내에 유통하고 불법 시술소와 ‘출장 주사’ 방식으로 중독자들에게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는 에토미데이트를 불법 유통한 의약품 도매업체 대표 A씨와 중간 유통책, 불법 시술소 운영자 등 17명을 약사법 위반 등 혐의로 검거하고 이 중 10명을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은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 현금 4900만원을 압수하고 자동차, 예금 등 4억2300만원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기소 전 추징보전 결정을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2024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9개월간 에토미데이트 3160박스(3만1600앰풀, 31만6000㎖)를 확보해 조직폭력배 등이 포함된 중간 유통책과 투약·판매업자에게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유통한 물량은 최소 3만1600명에서 최대 6만32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규모다.


이들은 제약사에서 조달한 물량을 베트남 등으로 수출하는 것처럼 허위 수출신고서를 작성하고, 본인이 소유한 2개의 법인 간 거래로 꾸민 뒤 실제로는 현금을 받고 국내 중간 유통업자에게 넘기는 수법을 썼다.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에토미데이트 포장재에 부착된 바코드 등 고유 정보를 제거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중간 유통 과정에는 조직폭력배와 마약사범이 개입한 사실도 확인됐다. 일부 유통책은 필로폰 수수·투약 혐의까지 함께 적발됐다. 경찰은 에토미데이트 불법 유통이 마약류 유통과도 연결돼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최종 판매책들은 강남 중심가에 피부 클리닉과 유사한 간판과 인테리어를 갖춘 불법 시술소를 운영하거나, 아파트·빌라를 단기 임대해 비밀 투약소로 활용했다. 흰 가운을 입고 의사 행세를 하며 간호조무사와 픽업 기사까지 고용해 조직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독자의 주거지 등을 방문하는 '출장 주사' 서비스도 제공했다. 특히 이들 일당은 에토미데이트가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아 적발돼도 중하게 처벌받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공범을 모집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들은 차명계좌를 사용하고 텔레그램 등 보안 메신저로 예약을 받아 주로 수면장애를 겪는 유흥업소 종사자 등 44명을 상대로 에토미데이트 10㎖ 앰풀을 개당 20만원에 판매했다. 최초 조달 원가가 앰풀 당 3870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최종 투약 단계에서 원가의 50배가 넘는 가격으로 거래된 셈이다. 일부 투약소에서는 앰풀 50개를 19시간 동안 연속 투약한 사례도 확인됐다.
에토미데이트는 수사기관과 식품의약품안전처 협의를 거쳐 마약류로 지정됐으며, 개정 법령이 시행되는 오는 13일부터 마약류로 엄격히 관리될 예정이다. 아울러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A씨의 허위 수출신고 및 탈세 정황을 포착해 관세청과 세무당국에 통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의료용 마약류와 대용 약물 오남용 범죄에 대해 전문 수사팀을 중심으로 강도 높은 단속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김영리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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