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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 더 달라" SK하이닉스 '초비상'…삼성 악몽 재연되나

입력 2026-02-12 06:30   수정 2026-02-12 06:54

SK하이닉스 경영성과급을 일한 대가인 임금으로 볼 수 있을지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앞서 SK하이닉스 퇴직자들이 "퇴직금을 더 달라"는 취지의 소송에 대한 판단이 나오는데 삼성전자 사례처럼 일부 성과급이 '임금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나올 경우 유사 분쟁이 잇따를 가능성이 있다. 단 SK하이닉스는 경영성과급을 취업규칙 등에 명시하지 않는 등 삼성전자와 차이가 있어 판단이 달리 나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대법원, SK하이닉스 경영성과급 판결 '디데이'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경영성과급 사건의 최종 판단이 이날 나온다.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이날 오전 10시 SK하이닉스 퇴직자 A씨 등이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 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을 진행한다.

A씨 등은 회사가 지급해 왔던 경영성과급이 퇴직금을 계산하는 평균임금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경영성과급을 평균임금으로 포함해 퇴직금을 다시 계산한 다음 이미 지급받은 금액과의 차액을 줘야 한다면서 소송을 낸 것. 삼성전자 퇴직자들과 마찬가지로 퇴직금을 더 줘야 한다는 취지다.

1, 2심에선 모두 경영성과급을 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근로 제공과 직접적으로, 또는 밀접하게 관련성이 있는 금원이 아니란 이유다.
1, 2심 "PI·PS, 근로 대가 아닌 경영성과의 배분"
쟁점이 된 성과급은 생산성격려금(PI)과 초과이익분배금(PS)이다. 노사 간 합의 내용을 보면 PI는 생산목표 달성, 영업이익 등을 기준으로 지급된다. PS는 경제적 부가가치(EVA)가 발생해야 지급받을 수 있다.

1, 2심은 PI·PS를 '근로 제공의 대가'가 아니라 '경영성과의 배분'으로 봤다. 단체협약·취업규칙·급여규정 등에도 지급근거가 명시돼 있지 않은 데다 매년 지급조건, 지급률, 지급한도도 달려져서다.

실제 SK하이닉스 경영성과급은 노사 간 임금교섭을 거쳐 지급 여부·조건이 정해졌을 뿐이다. 노사 합의에 따라 특정 시기엔 PI나 PS가 단 한 푼도 지급되지 않았다. 이는 경영성과급을 근로의 대가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을 뒷받침했다.

게다가 노사는 사업변동 등 중대 사안이 발생했을 경우 PI 지급을 별도 협의하는 데 합의했다. PS는 동종 업계 동향, 전체 시장 상황, 회사 영업상황과 재무상태 등 사용자의 우연하고 특수한 사정에 좌우되는 요인들을 지급조건으로 삼고 있다. 임금이라면 근로 제공과 관련된 금원이어야 하는데 경영성과급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법원 판단이다.

대법, 삼성전자 PI 임금성 인정…"PS는 임금 아냐"
하지만 대법원이 지난달 29일 삼성전자 경영성과급 판결을 내놓으면서 변수가 생겼다. 대법원은 2023년 7월 경영성과급 임금성을 다투는 유사 소송들과 통일적 처리를 위한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이후 지난달 말 최초로 민간기업 경영성과급의 임금성 여부에 관한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은 삼성전자 사건에서 PI(목표달성장려금·현 TAI)를 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PI는 경영성과의 사후적 배분이 아니라 '근로성과의 사후적 정산'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PI의 경우 지급 규모가 사전에 어느 정도 확정된 고정적 금원으로 인정됐다.

PI 평가 항목도 이미 지급이 예정된 상여기초금액을 근로자들이 사업부문·사업부별로 제공한 근로의 양과 질에 비례해 차등 배분하기 위한 장치라고 봤다.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근로자들이 근로의 양과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목표 달성 여부를 관리·통제하도록 평가 항목이 설계됐다는 점을 주목했다. 재무성과 달성도 중 '매출'을 전사적 차원의 근로제공이 집약된 성과로 본 대목도 눈에 띈다. 매출 자체를 절대 기준으로 삼지 않고 '계획 대비, 전년 대비, 경쟁사 대비 달성도'로 평가해 목표 달성을 통제한 것도 근로 제공과의 관련성을 높인 근거가 됐다.
SK하이닉스 PI 임금 인정 땐 유사 분쟁 촉발 가능성
대법원이 삼성전자 판결을 통해 재무성과 등 경영성과로 보여졌던 지표들을 근로 제공과 관련된 것으로 본 만큼 SK하이닉스의 PI 판단도 주목되는 상황이다. 다만 SK하이닉스 PI의 경우 취업규칙 등에 지급근거가 명시돼 있지 않은 점이 결정적 차이 중 하나로 꼽힌다.

PS는 비교적 불확실성이 덜한 편이다. 삼성전자 판결에서 이미 임금성이 부정됐는데 EVA 중 일부를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구조라면 "경영성과로 인한 이익을 배분하거나 공유하려는 인센티브"에 해당한다고 판단해서다. SK하이닉스도 EVA를 기준으로 PS를 지급하고 있다.

대법원이 삼성전자를 통해 판시했던 "근로자들의 근로제공이 지급기준인 목표 달성을 통제할 수 있고 주된 인과관계를 형성하는 등으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는 판단기준이 SK하이닉스 사건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 PI가 삼성전자와 같은 판단이 나올 경우 유사 분쟁이 잇따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대법원 판단이 나온 이후 퇴직금을 다시 계산해 차액을 지급하라는 후속 분쟁에 휘말렸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지난 4일 법무법인 강남을 통해 현 TAI를 평균임금으로 보고 퇴직금 차액을 청구할 수 있다는 법적 검토를 마친 상태다. 전삼노는 단체소송을 위한 실무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또 소송과는 별개로 대법원 판례를 현장에 적용하도록 사측에 요구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TAI를 포함해 퇴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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