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탕세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논란에 불을 댕긴 것은 이재명 대통령. 그는 지난 1월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으로 지역·공공의료를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글을 게시했다. 국회에서는 토론회도 열렸다.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거론되는 방식은
현재 언급되는 설탕 부담금은 당이 함유된 ‘음료’만 그 대상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가당 음료 100L를 기준으로 당류가 많을수록 금액이 상승하는 ‘누진 부담금’ 개정안을 발의했다.
누진 부담금은 첨가된 당 함량에 따라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설탕 함유량은 가당음료 전체 용량 100L 기준이다. 당 1kg 이하는 1000원, 1kg 초과 3kg 이하는 2000원, 3kg 초과 5kg 이하의 경우는 3500원이다. 부담금이 늘어나 10kg 초과 13kg 이하 1만1000원, 13kg 초과 16kg 이하 1만5000원, 16kg 초과 20kg 이하는 2만원이 부과된다. 20kg을 초과하는 경우 최대 2만8000원이 붙는다.
콜라 500mL는 100mL당 11g의 설탕을 포함한다. 500mL 한 병은 총 55g, 100L로 계산하면 11kg의 당을 함유한다. 이 경우 1만1000원을 200으로 나누면 부담금은 55원이다.
L당 225~300원의 부담금을 고정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가당음료 총 용량에 관계없이 설탕에 대해 부담금을 고정한다. 콜라 500mL와 1.5L에 같은 설탕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설탕세, 논쟁의 대상으로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국내 비만율은 2024년 기준 38.1%이다. 2014년(30.9) 대비 10년 만에 약 23% 증가한 수치다. 국내 비만율은 19세 이상 인구 중 체질량지수(BMI·Body Mass Index)가 25 이상인 인구를 대상으로 집계했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인 하루 평균 당 섭취량은 57.2g이다. WHO가 권고한 ‘50g 미만’을 초과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따르면 설탕은 식욕, 인슐린 수치, 간 지방에 모두 악영향을 끼친다. 첨가당 섭취는 비만, 심혈관 질환, 당뇨병, 인지 기능 저하, 또 암 발생 위험도 높인다. 질병을 예방한다는 취지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따른다.
이 같은 설탕세 도입 논의에 대해 산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부담금이지만 사실상 세금에 가까울 뿐 아니라 고물가 시대에 서민의 부담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이 제로슈거를 비롯해 당류 저감에 힘쓰고 있어 설탕세 도입에 대해 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월 28일 이 대통령의 SNS 글을 두고 증세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일반 재정에 사용되는 세금과 특정 용도를 위해 부과하는 부담금은 다르다”고 반박했다.
부담금은 담배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국내에서 담배 한 갑은 보통 4500원이다. 이 값에는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개별소비세, 부가가치세 외 국민건강증진기금(841원)이 포함된다. 국민건강증진기금은 금연 교육 등 건강 증진 사업에 쓰인다. 이를 부담금이라고 한다.
일각에서는 비만 원인을 설탕에서만 찾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국내 이미 다른 규제들이 있어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당류 영양성분 표시 의무화, 학교 내 판매 제한, 제로음료 시장 급성장 등이 그 예다. 어린이 기호식품 광고 규제도 이에 포함된다.
전 세계 117개국은 이미 도입
전 세계 많은 선진국들이 설탕세를 부과하고 있다. 우리는 왜 ‘설탕세 지각생’이 됐을까. 국내 조세저항은 유독 심하다. 이를 부담금이라고 불러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세금과 별반 차이가 없다.
NIH에 따르면 가당음료 소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에서 더 높다. 국내 경기는 좋지 않다. 현 물가 상황에서 설탕세가 시행되면 소비 부담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따른다. 한국이 아직 도입하지 못한 이유다.
설탕세는 현재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최소 116개국이 도입했다. 노르웨이가 1920년대 최초로 초콜릿·당 관련 세금을 부과했다. 이후 2000년대 비만 문제가 확산되고 건강 목적 과세가 시작됐다. 2010년대 들어 전 세계적으로 설탕음료 소비를 줄이는 분위기가 퍼졌다. 2011년 헝가리를 시작으로 프랑스, 멕시코, 미국 캘리포니아주도 설탕세를 도입했다.
2016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만병의 근원’이라며 설탕에 대한 과세를 권고했다.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폴란드가 잇따라 설탕세를 도입했다.
해외 설탕세의 성공적 사례는 영국이 대표적이다. 미국 국립의학 도서관(NLM)에 따르면 영국은 2018년 4월부터 청량음료 산업 부담금(Soft Drinks Industry Levy)을 시행 중이다. 시행 8년 만에 음료 평균 설탕 함량이 47% 감소했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청량음료 89%가 100mL당 설탕 5g 미만을 충족한다. 이는 비과세 기준에 부합하며 기업의 자발적인 제품 개선에 기여했다. 또 사이언스타임스에 따르면 2016년 영국이 설탕세 도입을 결정한 후 저설탕 음료 판매가 7% 증가했다.
미국의 경우 설탕세가 주마다 다르다. 2009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비만 관련 조세를 도입하려 했다. 당시 식품업계 로비로 실패했다. 현재 캘리포니아주 버클리, 알바니, 오클랜드, 샌프란시스코가 설탕세를 시행하고 있다. 해당 도시에서는 가당음료 내 설탕 1온스(약 28.3g)당 1~2센트의 설탕세를 부과한다. 2023년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해당 도시들에서 설탕 소비가 감소했다. 비만, 특히 임산부들의 비정상적 체중 증가의 위험을 낮췄다고 알려져 있다.
실패한 국가도 있다. 2011년 덴마크가 포화지방산 2.3% 이상 포함된 버터, 우유, 피자, 가공육에 세금을 부과했다. 식품 가격이 상승하고 가게들은 잇따라 폐업했다. 덴마크 정부는 1년 만에 건강세를 폐지했다.
박정원 인턴기자 jason201477@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