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가 60조원 규모에 이르는 차기 잠수함 프로젝트(CPSP) 발주 대가로 입찰에 참여한 한국과 독일 기업들에 대대적인 투자를 요구하고 나섰다. 수주전이 방산의 범위를 벗어나 양국의 산업·통상·외교 역량을 시험하는 '초대형 경제 딜'로 확전하자 일각에선 캐나다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집권 2기 들어 미국 캐나다 간 긴장 관계 고조의 변수도 나오면서 정부의 종합적 판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CPSP에서 TKMS가 제안한 기종은 Type 212CD다. 이 플랫폼은 기존 Type 212 계열을 대폭 확장한 최신형 재래식(비핵) 잠수함으로, 캐나다가 요구하는 북극권 작전 능력, 장기 잠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연합운용성을 핵심 설계 목표로 삼고 있다. Type 212CD의 장점은 공기불요추진(AIP)과 디젤 추진을 결합한 저소음·장기 잠항 능력이다. 배터리와 연료전지를 활용해 수주간 부상 없이 작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적의 대잠 감시망을 피해 은밀하게 북극과 대서양을 오가는 캐나다 해군의 운용 개념에 부합한다.
한화오션의 KSS-III Batch-II(장영실급)의 강점은 대형 플랫폼과 다목적 성능이다. 수상 약 3600t, 수중 약 4000t 규모로 설계된 KSS-III는 Type 212CD(수중 약 2800t)보다 크다. 장거리 항해와 다중 임무 탑재 여력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작전 지속력, 탑재 연료·식량, 센서 및 통신 장비 확장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무장 능력에서도 KSS-III는 수직발사체계(VLS)를 탑재했다. KSS-III Batch-II는 10셀 규모의 VLS를 갖춰 현무 계열 순항미사일 등 장거리 타격 무기 운용 능력을 확보했다. 정찰·요격 임무를 넘어 전략적 공격 능력까지 포함하는 다목적 전력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다. 반면 Type 212CD는 기본적으로 VLS를 포함하지 않는 설계로 알려져 있어 무장 확장성에서 차이를 보인다.

자동차 제조업은 일자리 창출과 국내 부품 생산을 동시에 견인하는 가장 효과적인 산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공장을 지정학의 핵심으로 인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대규모 투자를 잇달아 진행하며 이미 부담을 안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이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해군 잠수함 사업에 대한 한국의 수주전에 사실상 끌려 들어간 모양새다.
캐나다로부터 강력한 경제 요청을 받은 독일은 투자 보따리를 내놓고 있다.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벤츠의 지원을 앞세워 광물 채굴부터 배터리 생산, 완성차 생산에 이르는 캐나다 내 수직 계열화 공급망 구축을 제안했다. 폭스바겐그룹의 자회사 파워코는 지난해 6월 온타리오에 70억달러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착공을 발표했다. 이는 캐나다 역사상 단일 투자로는 최대 규모다. 현대차 입장에서 복잡한 계산이 나온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캐나다에서 약 26만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시장점유율 13.7%에 불과해 대규모 생산시설을 세우기엔 부족하다. 판매 기준으로 캐나다는 현대차의 8번째 시장인 반면, 미국은 전체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캐나다에 공장을 세울 경우 필연적으로 미국이나 멕시코로의 수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미국과 캐나다의 통상 관계가 갈수록 불안정해지고 있다. 현재 캐나다 생산 자동차가 미국으로 수출될 경우 25%의 관세가 부과된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캐나다가 중국과의 신규 수출 협정을 추진할 경우, 캐나다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가 최대 100%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1989년 현대차는 연간 생산능력 10만 대 규모의 공장을 퀘벡에 설립했었지만 미국 판매 부진과 부품 조달 문제로 생산성이 떨어지면서 불과 4년 만에 공장을 폐쇄한 전례가 있다.
카니 총리는 CPSP를 방산으로 한정 짓지 않겠다는 의도를 수차례 밝혔다. 잠수함 경쟁을 넘어 한국과 독일이 캐나다 경제 전반에 어떤 '경제적 메리트'를 제공할 수 있는지를 핵심 평가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방산 입찰로 안보 공백을 해결하기보다는 CPSP를 통해 자국 산업 재건의 지렛대로 쓰려는 의도가 점점 노골화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조달 특임장관은 이번 계약과 관련해 "가장 큰 경제적 기회를 제시하는 쪽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자비에르 델가도 캐나다 국방협회연구소 연구원은 "카니 총리는 이번 입찰 경쟁을 캐나다에 보기 드문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며 "이는 말 그대로 '카니판 거래의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업계에선 캐나다가 CPSP와 경제를 넘어 한-캐 군사 협력 여부까지 거론하며 최대한의 이득을 끌어내겠다는 전략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국익 중심의 '외교전'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방산테크 업계 관계자는 "캐나다는 이 상황을 충분히 즐기는 듯 하다"며 "캐나다와 각을 세우고 있는 미국에도 사전에 내용을 공유하는 외교를 발휘해야 최종 수주를 하더라도 미국의 '보이지 않는 보복'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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