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오천피(코스피지수 5000)’ 시대입니다. 코스피는 병오년 한 달여 만에 30% 넘게 뛰어 5500선을 돌파했습니다. 기나긴 설 연휴를 앞두고 한경닷컴은 증권가 족집게 전문가들에게 5편에 걸쳐 가파르게 오른 K증시의 현재 상황 진단과 향후 대응전략을 물어봤습니다. [편집자주]

"미국 트럼프 정부의 부양책이 금리 상승과 성장 촉진을 동시에 유발하면서 달러화 가치를 억누르는 구조적 한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원·달러 환율은 올 상반기 변동성 구간을 통과한 뒤 1400원대에서 1300원대로 내려가려는 시도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목대균 KCGI자산운용 운용총괄대표(사진)는 17일 "미국 행정부의 약(弱)달러 선호 성향과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달러화 상단을 제한하는 핵심 요인"이라며 "금리 상승이 달러 강화를 유도하던 과거 공식이 깨진 이례적 '디커플링(비동조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원·달러 환율에 대해선 "선물환 시장의 수급 불균형과 글로벌 기술주 변동성으로 상반기 중에는 1400원대 중반에서 높은 변동성 장세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정부 정책 효과가 가시화되고 외국인 헤지(위험회피) 수요가 진정됨에 따라 향후 1년 내에는 1400원 아래로 안착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에 기반한 국내 증시에 대해선 "코스피 6000포인트 안착은 큰 무리 없는 전망"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반도체 외 조선, 방산, 전력기기 등으로의 이익 성장 확산과 지배구조 개선의 실질적 이행이 필수적"이라고 전제했다.
다음은 목 대표와의 일문일답.
▷ 미 장기국채 금리 수익률이 연 4%대로 글로벌 대비 높은 수준인데 달러화는 힘을 못 쓰고 있다. 트럼프 리스크인가.
"2월 현재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연 4.1~4.2%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유로존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 대비 압도적인 수익률이다. 높은 금리에도 지난해 한 해 동안 달러화는 크게 하락했고 연초에도 약세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 금리 상승이 달러 강화를 유도하던 과거 공식이 깨진 이례적 디커플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트럼프 행정부의 '원 빅 뷰티풀 빌(One Big Beautiful Bill·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 등 대규모 부양책이 미국과 글로벌 성장 기대감을 자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안전자산인 달러보다는 신흥국 자산과 금으로의 자금 이동이 가속화됐다. 두 번째는 미국 자산 집중도에 대한 피로감이다. 글로벌 포트폴리오 내 미국 자산 비중이 50~60%를 웃돌면서 역사적 정점에 도달했다.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욕구가 강해지면서 미국 자산에 대한 선택적 비중 축소('셀 아메리카') 움직임이 포착된다. 마지막으로는 재정적자와 정책 불확실성이다. 미국의 공격적 재정지출 확대가 '재정 우위' 우려를 낳으면서 장기국채 금리를 밀어 올리는 반면 달러화 가치는 훼손되는 모순적 구조가 나오고 있다."
▷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인하 사이클이 서서히 종료돼 가는 모습이다.
"금리인하 사이클이 예상보다 빨리 종료될 경우 고밸류에이션을 지탱하던 유동성 프리미엄의 축소가 불가피하다. 완만한 둔화는 연착륙의 증거이나 실업률 전망치인 4.5%에 근접할 경우 경기침체 확률(현재 20%)을 자극해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
여기에 현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밸류에이션은 양호한 경제지표를 감안하더라도 모델 예측치를 웃도는 '오버슈팅(과열)' 상태다. 과거 1990년대 후반처럼 지수 상승기에도 변동성과 신용 스프레드(금리차이)가 동시에 고개를 드는 '긴장된 강세장' 국면과 유사해 보인다. 따라서 금리인하 사이클 중단 우려는 약 5~10% 수준의 건강한 차익실현 조정을 유도할 강력한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 조정이 우려된다면 지수 추종보다는 금리 민감도가 낮고 현금 흐름이 우수한 퀄리티 주식, 저변동성 스타일로의 압축 대응이 필요하다."
▷ 차기 Fed 의장 지명자인 케빈 워시 전 Fed 이사가 새 변곡점을 만들 수 있나.
"강한 성장이 낮은 인플레이션을 동반했던 1990년대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의 접근법을 지지했던 인물로 인공지능(AI)을 강력한 디스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 동력으로 간주해 높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높게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폈던 전력을 볼 때 '생산성 기반의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 측면이 있다.
반면 Fed의 역할은 위기 상황을 제외하고 자산 시장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 과거 Fed의 자산 매입이 자본의 오(誤)배분을 초래하고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켰다고 비판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측면도 있다. 인플레이션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와 대차대조표 축소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는 것인데 이 같은 점을 생각하면 취임 이후에 (트럼프 행정부 뜻에 반하는) 급격한 체제 변화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은행 지급준비금 수요를 줄이는 규제 개혁 등을 통해 대차대조표 규모를 완만하게 줄여나가는 스탠스(입장)를 펼 것으로 생각한다."

▷ 당국의 환율 안정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증시 강세가 원화 약세를 부르는 '반주기적 괴리'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은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이 헤지를 위해 선물환 시장에서 달러를 매수하려는 압력이 원화 가치를 억누르는 것이라고 본다. 한국은행은 환율 변동성 확대로 인해 '마이너스 아웃 풋 갭(GDP 성장률이 잠재 성장률을 하회)' 등 경기 둔화 우려에도 통화 정책 가이던스를 '완화'에서 '중립'으로 선회하기도 했다.
미 중앙은행의 금리인하로 한미 금리차가 축소됐음에도 원화가 약세인 것은 금리보다는 자본시장의 포트폴리오 조정과 헤지 흐름이 환율의 키를 쥐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생각한다. 한국과 대만처럼 거대한 해외 주식 포지션을 보유한 국가에서 나타나는 비동기화 현상이 원화에서도 본격화되고 있는 것 같다. 무조건 증시 반등 시 원화 강세를 예상하기보단 수급 기반의 정책 대응 속도에 주목하는 전략이 유효한 국면이다."
▷ 코스피지수에 대한 낙관론이 많지만 반도체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도 있다.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안에도 상장사의 54% 이상은 연초 대비 주가가 하락하는 등 체감 지수와의 심각한 괴리가 발생하는 것은 맞다.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 정책으로 170여개 기업이 공시에 참여했고, 주주환원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전체 종목의 66%가 주가순자산비율(PBR) 1.0 미만의 청산가치 이하에서 거래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 자산시장의 호황과 달리 고금리, 고물가 여파에 내수소비와 소상공인 실물 경기는 'K자형' 하단으로 추락했다. 실물경기 위축이 결국 상장사의 내수이익 훼손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코스피 6000포인트 이상의 안착을 위해선 반도체 외 산업으로의 이익 성장 확산과 지배구조 개선의 실질적 이행이 필수적이다."
▷ 코스닥지수도 체질 개선 움직임이 있지만 여전히 일부 업종은 실적에 비해 주가가 과도하게 올랐다는 비판이 있다.
"올해 바이오의 경우에는 일률적 상승이 아닌 선별적 반등 국면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 글로벌 '라이선스 아웃(기술이전)' 성과와 실제 매출 가시성이 확보된 기업 중심의 옥석 가리기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로봇 테마는 고멀티플의 정당성 검증이 필요하다. 이익을 선반영하면서 높은 주가수익비율(PER)을 받고 있다.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개편과 실적 부풀리기 감시 강화 등으로 단순 기대감만으론 주가를 지탱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럴 땐 인덱스보단 퀄리티 알파를 찾는 게 필요하다. 다음 달 도입되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와 코스닥 벤처펀드 혜택 확대로 인한 기관 자금 유입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특정 테마 몰입보다 코스닥 인덱스나 밸류업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간접 투자 비중 확대도 고려해 볼 만하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