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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맨션 평균 1억엔 돌파…사람들은 왜 떠나나 [더 머니이스트-김용남의 부동산 자산관리]

입력 2026-02-20 06:30  


도쿄의 주거 시장을 설명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공식은 바로 압도적인 수요 과잉이었습니다. 일자리와 기회가 몰린 거대 도시에서 집값이 오르는 것은 경제 논리상 지극히 당연한 결과이자 도시 성장의 증거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도쿄 맨션 시장에서 나타나는 변화는 이러한 고전적인 공식이 더 이상 예전처럼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집값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가파르게 치솟고 있지만, 정작 도시를 떠받치는 사람들의 유입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단순한 시장의 일시적 조정이 아니라, 도쿄라는 도시의 주거 구조와 수도권의 지도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2025년 도쿄 23구의 신규 분양 맨션 평균 가격은 전년 대비 21.8% 급등한 1억3613만엔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도심 6개 구의 평균 가격은 1억9503만엔으로 1년 새 20.2% 뛰어오르며 부동산 버블이 절정에 달한 1990년의 최고치 2억2662만엔에 근접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단순한 상승률보다 절대 가격이 주는 심리적 압박감입니다. 과거 도쿄의 주택 가격이 성실하게 일하고 저축하면 도달 가능한 현실적 사정권 내에 머물렀다면, 현재의 가격은 중간 소득계층을 아예 시장 밖으로 밀어내는 즉각적인 장벽이 되었습니다. 소득이 오르는 속도가 자산 가격 상승을 도저히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격 장벽이 한계치를 넘어서자 수요자들은 포기하는 대신 수도권 외곽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인구 이동 통계는 이러한 변화를 구체적인 수치로 증명합니다. 2025년 도쿄도의 순전입 인구는 6만5219명으로 전년 대비 1만4066명 감소하며 4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 폭이 줄어들었습니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도심 23구의 순유입이 3만9197명으로 전년보다 무려 1만9607명이나 급감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주거지를 선택하는 기준이 완전히 달라졌음을 시사합니다. 흥미로운 대목은 도쿄와 인접한 사이타마현, 가나가와현, 지바현 등이 도쿄의 인구를 흡수하며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이타마현은 2만2427명 순유입으로 전년보다 오히려 691명 증가했고, 가나가와현 역시 2만8052명 순유입으로 1089명 늘어났습니다. 이는 사람들이 도쿄를 완전히 떠나는 탈도쿄 현상이라기보다, 도쿄의 높은 가격 장벽에 가로막혀 도심 진입 자체를 포기하거나 미루는 현상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러한 이동은 단순히 쾌적한 환경을 선호하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때문이 아닙니다. 철저히 경제적 실익을 따진 결과입니다. 주택 구매 비용은 이미 가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고, 함께 치솟은 임대료는 가처분소득을 잠식하며 생활의 여유를 빼앗고 있습니다. 2025년 12월 도쿄 23구 원룸 평균 월세는 10만6854엔으로 1년 만에 약 1만엔이나 올라 2015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과거라면 무리를 해서라도 도심 진입을 고집했을 젊은 층과 고소득 신혼부부조차 이제는 출퇴근 시간과 주거비 사이에서 실리적인 타협점을 찾고 있습니다. 도쿄의 도시적 매력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도쿄의 비용 구조가 평범한 시민들이 감내할 수 있는 합리적인 범위를 완전히 벗어나 선택된 소수만을 위한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결국 도쿄 도심의 맨션은 누구나 꿈꿀 수 있는 보편적 주거지가 아니라, 특정 계층만이 점유하고 거래하는 계층 자산으로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도심은 투자와 자산 보존을 위한 공간으로 굳어지고, 실제 거주의 무게 중심은 점차 외곽 지역으로 이동하며 수도권 전체가 여러 개의 거점으로 나뉘는 다핵화 현상이 가속화될 것입니다. 도쿄도는 용적률 완화를 통한 저렴한 임대주택 공급책을 내놓았지만, 이는 일극 집중의 폐해를 완화하려는 미봉책에 가깝습니다. 지금의 도쿄는 단지 비싸서 위험한 도시가 아니라, 가격 때문에 거주하는 계층과 삶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진 도시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가격 지표 그 자체보다, 시장에서 밀려난 이들이 어디에 새로운 주거 거점을 형성하는지 주목해야 합니다. 도쿄의 변화는 쇠퇴가 아니라 수도권 전체의 공간 구조가 거대하게 재편되는 전환점이기 때문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용남 글로벌PMC(주) 대표이사 사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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