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백악관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러셀 보트 관리예산국(OMB) 국장 명의로 발표한 MAP 문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4월 9일에 서명한 '해양 지배력 회복'의 이행 계획을 담고 있다. 이 문서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해양 번영 구역(MPZ)'을 지정해서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동맹국 조선소의 미국 내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총 38페이지에 달하는 문서는 "미국 조선업 활성화를 위해 한국 및 일본과의 역사적인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또 "동맹국 조선사들이 미국 조선산업에 투자하도록 장려하며, 동맹 및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의 선제적 투자 파트너십에 중점을 둔다"고 적었다.
양국은 작년 11월 공개한 공동 팩트시트에서 "한국 내에서의 잠재적 미국 선박 건조를 포함하여 최대한 신속하게 미국 상업용 선박과 전투 수행이 가능한 미군 전투함의 수를 증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 내용은 이를 진전시켜서 다수의 선박을 발주하되, 초기와 후기 생산지를 달리 한다는 얘기다.
다만 이같은 구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미국의 존스법(상선)과 번스톨레프슨 수정법(군함) 등 기존 규제 법안에서 '미국 내 건조'를 명시한 부분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한국 측 협상단에 행정명령 등을 통해 일부 예외를 적용해 주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물론 의회 내에서도 동맹국 조선소를 활용해야 미국의 조선업 재건이 가능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조선사가 있는 지역구 의원들의 반대로 지난해 관련법 수정이 무산됐다. 이를 행정명령으로 우회하더라도 일시적인 중간 단계로서만 허용되고, 장기적으로는 미국 내에서 건조해야 한다는 목표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보고서는 아울러 "기존에 성숙되거나 모듈화된 상업용 및 정부용(국내 및 국제) 선박 설계를 사용"하며 "상용 표준 및 설계를 활용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구축함이나 지원함, 상선 등의 설계를 미국 측이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투자를 위한 경로로는 '해양 번영 구역(MPZ)'이 제시됐다. 보고서는 "연방, 주, 지방 정부 전반에 걸친 기존 인센티브 메커니즘(세액 공제, 대출 보증, 인력 훈련 프로그램 포함)은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파편화되어 있고 주요 조선업체를 유치하기에는 불충분한 경우가 많다"면서 MPZ 지정으로 이를 조율하겠다고 했다. 한국 기업들이 투자하는 지역 역시 MPZ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MPZ 선정 책임자는 상무장관이다. 총 100개의 MPZ를 지정할 권한을 부여하며, 지정 기간은 10년이다. 재무장관, 교통장관, 국토안보장관, 관리예산처(OMB) 국장, 전쟁장관과 협의하도록 한다고 보고서는 제시했다. MPZ는 "지리적으로 다양하게 분포되도록 보장한다"면서 "미국의 동서 해안과 멕시코만(Gulf of America) 외에도 강 유역, 오대호, 알래스카, 하와이, 미국령 등 전통적인 연안 조선 및 선박 수리 거점 이외의 지역을 포함"한다.
지난해 통과된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OBBBA)'에 명시된 '개선된 기획특구(OZ 2.0)' 조항이 반영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 조항은 투자 보고를 의무화하는 대신 더 오랜 기간 세제 혜택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는 이런 정책을 통해 선박 건조 능력을 확대하는 것이 "단순히 미국 내 선박 건조 수량을 늘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립적인 생산, 위기 시 신속한 동원, 그리고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회복탄력성 있는 해양 산업 기반(MIB)을 재건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 내 건조를 강제하기 위한 압박 수단이다. 현재 미국 내 건조 역량이 대단히 낮은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이 수수료는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선박에 적용되어 '제2의 관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납부 주체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선주(해운사)나 화주(수입업체)가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는 소비자들이 수수료 부담을 지게 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거둔 수익은 해양 안보 신탁기금(MSTF)에 넣겠다는 계획이다. "외국 건조 선박들이 미국 시장 접근을 통해 이익을 얻는 만큼, 이 정책은 그들이 미국 해양 역량의 장기적인 재활성화에 기여하도록 보장한다"고 보고서는 적었다.
자금 지원 계획도 다양하게 제시됐다. "모든 규모의 미국 조선소의 역량과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는 새로운 보조금 프로그램을 신설"하겠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연방 금융 및 세제 혜택(Title XI, 자본 건조 기금(CCF), 건조 준비금(CRF), 가속 상각, 세액 공제 등)을 확대해서 조선소를 세우고 선박을 짓는 자본비용을 좀 떨어뜨리겠다는 취지다. 주요 조선소 자본 프로젝트를 위한 전용 신용 또는 대출 프로그램도 신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자금 지원으로 한국 기업에도 혜택이 돌아갈지 여부는 보다 자세한 프로그램 정보가 공개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이렇게 생산 능력을 확대했을 때 그것을 '누가 사주느냐'다. 군함 등의 경우에는 방위산업의 특성상 가격이 차이가 나더라도 물량을 일부 소화할 수 있지만, 상선의 경우에는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산 선박과 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보고서가 찾은 해법은 미국행 컨테이너 화물의 일정 부분을 '미국산 선박'으로 채우는 '미국 해양 우선요건(USMPR)' 신설 등이다. "미국행 컨테이너 화물의 일정 비율을 반드시 '자격 요건을 갖춘 미국 선박(qualifying U.S. vessels)'으로 운송하도록 요구"하겠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현재 미국 국제 무역의 41.5%(약 2조 1000억 달러 가치)가 해상을 통해 이동하지만, 이들 선박의 대다수는 외국에서 건조된 것"이라는 문제의식에서다.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 시장의 외국 지배는 미국 국내 조선업 역량 쇠퇴와 미국 선원 노동력 부족을 가속화시켰으며, 이는 미국의 경제 및 국가 안보에 중대한 취약점으로 지적"된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이같은 요건은 미국 내 투자를 강행하는 한국 조선소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초반에는 일시적으로 수요를 확보하는 효과가 예상된다. 생산단가가 한국이나 중국보다 몇 배는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초기 수요 확보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길게 보면 이는 또 다른 '존스법(미국 연안 간 항해 상선은 반드시 미국에서 건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보호하는 미국용 선박 시장과 글로벌 선박 시장이 분리되면 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공산이 크다. 또 이러한 규제의 취지가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 보호에 있는 만큼, 경쟁력이 떨어지는 조선소에 대한 경영 효율성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방해받을 여지가 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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