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와 럭셔리 시계는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열광해 봤을 분야이다. 물론 만화는 웹툰이 되면서 한 회를 감상하는데 ‘기다리기만 잘 한다면’ 무료로 감상할 수 있으나, 럭셔리 시계는 구매하는 데만 최소 수백만원부터 수억원을 지불해야한다.이 맞닿을 일 없을 것 같은 두 평행선을 럭셔리 시계, 예거 르쿨트르(예거)가 이어버렸다. 브랜디드 콘텐츠로 브랜드의 상징적인 시계인 '리베르소'(Reverso)와 동명의 웹툰 <리베르소>를 만든 것이다.
예거 르쿨트르는 왜 웹툰을 만들었을까. 리베르소가 탄생한 지 100여년이나 되었으니 브랜디드 콘텐츠와 글로벌 캠페인을 할 ‘명분’이 있긴 했다. 명분은 럭셔리 브랜드가 브랜드 헤리티지만큼 대우하는 바이럴 요소이다. 하지만 예거 르쿨트르 웹툰 <리베르소>는 명분과 헤리티지 외에도 눈여겨볼 만한 이유가 5가지나 있다.

첫째로 <리베르소>는 ‘제9의 예술’이란 프랑스적 해석을 가미했다. 국내 웹툰 산업은 2023년 이후 매출액 2조원을 넘겼지만 아직 웹툰 작화는 아무래도 회화 작품과 같은 대접을 받고 있진 못하다. 그러나 웹툰만큼 대중적으로 접근하기 쉽고 오래가며 제작비 또한 만족스러운 브랜디드 콘텐츠는 브랜드 입장에서 찾기 어렵다. 인스타에서 범람하고 있는 광고형 인스타툰도 같은 맥락이다.
이럴 때 럭셔리 입장에서 필요한 것은 앞서 언급한 명분이다. 예거는 자사의 홈페이지에서 ‘제9의 예술’를 들어 웹툰 <리베르소>를 소개했다. 다소 생소한 ‘제9의 예술’은 프랑스에서 예술을 분류하고 설명할 때 흔히 쓰인다고 한다. '제 n의 예술’의 시작은 프랑스의 철학자인 헤겔이 예술을 건축, 조각, 회화, 음악, 문학까지 5가지로 나눈 것에 기인한다. 헤겔에서 기인한 프랑스적 예술 분류에 반론을 제기할 사람이 있을까? 이제, 웹툰은 럭셔리에서 논할만한 예술의 하나가 되었다.
둘째, <리베르소> 작화는 어느 나라 풍인지 유추하기 어렵다. 예거는 웹툰의 거대 작가층과 작화 스타일을 보유한 일본, 한국, 미국에서 리베르소를 그려줄 작가를 선택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일본풍, 한국풍, 미국풍을 배제한 것이다.

예거의 <리베르소>는 촛불과 같은 따듯한 색감이 눈에 띄는 웹툰 'Honbarian'으로 유명한 필리핀 출신의 '올리브 코트'의 손을 빌려서 탄생했다. 덕분에 <리베르소>는 웹툰이지만 종이에 그린 삽화처럼 유려한 색감과 회화적 분위기를 자아내면서도 ‘어느 나라 풍’이라는 뉘앙스가 적다. 예거의 웹툰은 글로벌 캠페인으로 약 10개 국어로 번역되어 온라인에 공개되었다. 글로벌 캠페인에 있어서 로컬라이제이션만큼 중요한 것은, 캠페인 이미지에 특정 국가의 ‘풍’이 묻어나지 않으면서 높은 예술성으로 브랜드를 대변할 수 있는가이다.
셋째, <리베르소>는 김우빈의 화제성과 함께 소개되었다. 시계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배우 김우빈이 예거의 글로벌 앰배서더인 것을 알 것이다. 2025년 연말이 가까이 올 쯤 예거의 공식 유튜브에는 김우빈이 <리베르소> 웹툰을 소개하는 티저 영상이 올라왔다. 이후 <리베르소>는 한국의 웹툰 포터 사이트인 ‘네이버 웹툰’에서 무료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얼마 뒤 2025년 연말에 김우빈은 오랜 연인이었던 신민아와 결혼했다. 브랜드에게 이만한 연관 검색의 글로벌 호재가 또 있을까? 시간차 공격은 온라인 바이럴에서도 중요하다!
넷째, <리베르소>는 정확하게 소비자층을 겨냥해 만든 브랜디드 콘텐츠이다. 한국 예물 시계 시장에서 예거는 인기 순위 및 판매 순위 상위에 있는 브랜드이다. 여기서 가장 선호되는 시계 모델은 리베르소다. <리베르소> 웹툰의 댓글을 보면, 예물 시계를 알아보고 있다던가 ‘배우고 간다’라는 표현에 준하는 내용이 여럿이다. 즉, 실제 네이버 웹툰을 소비하며 예물시장에서 실구매자가 되는 나이대의 이들에게 웹툰이 정보형 브랜디드 콘텐츠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예거는 웹툰으로 예비 표적 고객층을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브랜드에 스며들게 만들었다.

다섯째, <리베르소>는 웹툰에 충실하다. 웹툰은 독자가 캐릭터의 서사를 따라가며 재미를 느껴야 한다. 총 5화로 구성된 <리베르소> 웹툰에는 웹툰적 서사가 존재한다. 리베르소라는 시계가 세상에 나오게 되는 사건의 발단과 혁신의 성장, 가족과 세대교체까지 담겨 있다.
<리베르소>는 주인공이 아버지와 함께 폴로 경기를 보러 갔다가 폴로 공에 맞아서 안경이 깨지면서 시작된다. 이 사건으로 시계 유리가 깨지지 않는 시계 즉, 시계 판을 뒤집는 시계에 대한 스포츠 분야의 수요를 알게 된다. 아버지의 뛰어난 사업 감각을 따라 주인공은 스위스의 전문 시계 메이커를 파트너로 삼아서 수년 동안 여러 차례의 수정과 개발을 반복한다. 몇 년 뒤에 시계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최초의 시계 리베르소가 탄생하고 인기를 끌게 된다. 하지만 주인공의 아버지는 리베르소를 세상에 선보인지 몇 년이 안되어 영원히 잠들고 만다. 이 서사는 예거 르쿨트르의 시작이 되었다.
‘거를 타선이 없다’라는 말은 <리베르소> 웹툰와 잘 어울린다. 만약 예거 브랜드가 대화의 주제로 나온다면? 아마 <리베르소> 웹툰을 본 이들은 이 시계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아는 체를 하고 싶어질 것이다. 서사는 브랜드를 각인시킨다.

예거는 <리베르소>에서 콘텐츠의 서사를 명분-맥락=헤리티지로 이어줄 주제로 럭셔리 브랜드가 흔히 쓰는 장인정신이 아닌 ‘부자지간’을 선택했다. 부모에서 자식에게로 이어지는 패밀리 비즈니스는 전세계 어디서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이다. 흔하지 않지만 보편적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브랜드적 진정성을 더 기억하게 한다.
참고로 <리베르소> 웹툰을 흥미롭게 봤다면 만화책으로 나온 '패션의 탄생' 또한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손톱 거스러미처럼 어색한 브랜디드 콘텐츠가 되지 않으려면, 보편적이고 익숙한 것에 브랜드만의 진짜 서사를 담아야 한다.
*웹툰명과 시계의 이름이 같아 웹툰을 지칭할 땐 <>으로 표기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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