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소득세는 임금, 근로자 수 증가에 따라 매년 안정적으로 늘어나는 경향이 있습니다.”재정경제부 세제실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8일 부랴부랴 이런 내용의 보도 해명자료를 냈다. ‘근로소득세 수입이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70조원에 육박했고, 2018년까지 12%대이던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8%로 확대됐다’는 보도에 대한 설명 자료였다. 이런 보도가 자칫 ‘유리 지갑인 직장인에게만 과도하게 과세한다’는 여론으로 번지는 걸 차단하기 위해 연휴까지 반납하고 자료를 낸 것으로 해석됐다.
이런 보도와 정부 반박은 매년 2월 반복돼 왔다. 연간 국세 수입 실적이 이즈음 발표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늘 따라붙는 주장도 있다.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이다. 물가연동제는 물가상승률에 따라 소득세 과표구간 기준 금액을 상향 조정하는 제도다. 명목임금이 오른 만큼 물가도 상승해 임금 근로자의 실질소득은 그대로인데, 높은 과표구간으로 밀려 올라가 세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다.
한국은 물가연동제를 도입하지 않아 직장인에게 ‘숨은 증세’를 해왔다는 비판이 많았다. 세제당국 입장에서는 정치적으로 어려운 세제 개편 없이 사실상 증세 효과를 볼 수 있어 물가연동제 도입 논의를 최대한 피해온 것도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매년 반복되는 이런 논의의 초점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물가연동제 도입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 소득세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좁은 과세 기반이다. 면세자 비중이 높은 탓에 상위 소득계층에 세 부담이 집중되는 구조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4년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은 32.5%에 달한다. 근로소득자 3명 중 1명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만큼 상위 소득계층의 세 부담이 크다. 2024년 근로소득 상위 10%가 전체 근로소득세의 71.7%를 부담했다. 다른 나라들도 고소득층에서 소득세를 많이 걷어 저소득층으로 재분배하는 정책을 펴고 있지만, 한국은 고소득층에 대한 세수 의존도가 유독 높다는 평가가 많다. 소득세 최고세율을 2017년 38%에서 40%로 올린 데 이어 2018년 42%, 2021년 45%로 단계적으로 인상한 영향도 크다.
이 같은 고질적 문제를 방치하면 고소득층의 근로 의욕이 꺾이고 세수 안정성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 물가연동제까지 도입하면 과표 구간이 상향돼 면세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단추가 잘못 끼워진 소득세제를 바로잡기 위해선 면세자 비중을 낮추고, 불필요하고 관행적인 조세 지출을 먼저 줄여야 한다. 그래야 세수 공백 우려 없이 물가연동제 도입을 제대로 논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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