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의장으로 한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를 가동하며 물가 관리 고삐를 죄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생리대, 설탕, 밀가루, 교복 등 생활 밀착 품목을 직접 언급하며 "장바구니 물가 안정이 곧 민생"이라고 강조했다. 독과점과 담합 가능성에 대한 강도 높은 점검을 주문했다.
대통령이 "해외보다 우리나라 제품이 40% 가까이 비싸다"며 "기본적 품질을 갖춘 싼 생리대는 왜 생산을 안 하느냐"고 공개적으로 지적한 생리대는 곧바로 할인전의 전면에 섰다.

이마트는 25일까지 생리대 50여 종을 행사 카드 결제 시 5000원 균일가에 판매한다. 정상가 1만원 이상 제품이 다수 포함돼 평균 할인율이 50%를 웃돈다. 자체 마진 축소와 사전 대량 매입을 통해 가격을 낮췄고, 준비 물량도 평소 주간 판매량의 3배 수준인 25만개로 늘렸다.
편의점도 가세했다. CU는 '쟁여위크' 행사를 통해 생리용품과 라면, 소주 등 약 30종을 최대 30% 할인한다. 일부 생리대는 유사 상품 대비 70% 이상 저렴하다는 게 CU의 설명이다. 이마트24도 2월 한 달간 생리대 1+1 증정 행사를 진행 중이다. 제휴 행사 카드와 모바일 앱을 통한 추가 할인도 제공한다.
대형마트도 예외가 아니다. 홈플러스는 오는 25일까지 'AI 물가안정 프로젝트' 등 행사를 통해 할인전에 나섰다. 4990원에 판매하던 홈플델리 도시락도 이날까지 80% 이상 할인해 990원에 판매한다. 롯데마트 역시 오는 25일까지 수입 삼겹살·목심 100g을 990원에 판매하는 '끝돼 데이'를 진행하며 체감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 경쟁에 합류했다.
쿠팡은 한발 앞서 PB 브랜드로 개당 99원짜리 초저가 생리대를 출시했다. 가격 인하로 발생하는 손실은 전액 쿠팡이 부담한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정부 기조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는 게 각 업체의 입장이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환율과 원재료 가격 상승, 인건비 부담 속에 내수 부진까지 겹치며 수익성이 이미 악화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48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고 매출도 4.2% 감소했다.
편의점 업계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난해 1600개 점포가 폐점하면서 1989년 이후 36년 만에 처음으로 점포 수가 줄었다.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 내수 침체로 인한 객단가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은 여파다. 편의점 4사 전체 매출액도 0.1% 증가에 그쳤는데,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역성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정부의 물가 압박까지 더해지자 유통업계는 '마진을 깎아서 버틴다'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특정 품목을 콕 짚어 비싸다고 지적하니 이를 무시할 수 없다"면서도 "내수 시장 부진이 장기간 이어진 탓에 업계 여력이 많지 않다.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격이기에 피로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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