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공격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국제 유가와 금 가격이 급등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서 전쟁을 만류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몇 주 안에 군사 행동이 일어날 확률이 90%에 달한다”고 전했다. CNN도 미국 정부 소식통의 말을 빌려 “미국이 이르면 이번 주말 이란을 공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보도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 해결을 항상 최우선 선택지로 삼고 있다”면서도 “이란을 공격할 많은 이유와 논거가 있다”고 했다. 미국과 이란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회담한 지 하루 만이다. JD 밴스 부통령은 전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 핵협상과 관련해 “어떤 면에선 잘 진행됐고 나중에 다시 만나기로 합의했다”면서도 “대통령이 설정한 몇몇 레드라인에 대해 이란인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해결할 의지가 아직 없다는 점이 분명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란 주변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에이브러햄링컨 항공모함 전단을 중동에 배치한 데 이어 제럴드포드 항모전단을 추가로 파견했다. 이날 하루에만 중동에 50대 이상의 전투기를 급파하는 등 이라크전 이후 최대 규모 공군력을 집결시켰다.
전운이 고조되자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이날 4.35% 급등하며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했다. 금 선물 가격은 2% 이상 오르며 트로이온스당 5000달러를 넘었다.
"트럼프 최종 결정만 남았다"…하루새 전투기 50대 중동 집결
미국이 이란 핵 프로그램 제거를 위한 협상에 나섰지만 미국 행정부 안팎에선 전쟁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도 군사 옵션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란은 미국의 공격에 대비해 전시 체제로 전환했다. 다만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가 유가 급등을 우려해 군사 행동에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8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이날 미국 행정부 고위 국가안보 관계자들은 백악관 상황실에서 이란 관련 회의를 열었다. CNN은 “미군이 이번 주말까지 공격 준비를 마칠 수 있다는 보고가 백악관에 전달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작전을 승인할지 최종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작전 목표를 핵 시설 타격, 미사일 전력 파괴, 이란 정권 전복 중 무엇으로 할지도 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인터넷 매체 액시오스는 협상이 결렬되면 전면전 양상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소식통은 액시오스에 “지난달 베네수엘라 작전과 달리 수주간에 걸친 장기 작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이스라엘 정부는 이란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하는 시나리오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중동에 전력을 추가 배치하고 있다. 이미 중동에 배치된 에이브러햄링컨 항공모함 전단에 이어 제럴드포드 항모 전단도 이르면 이번 주말 중동에 도착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CNN 등에 따르면 미군은 최근 며칠간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F-35와 F-22, F-15, F-16 등 주력 전투기 편대를 중동 지역으로 급파했다. 여기에 공중급유기와 조기경보기, 지휘통제기 등 지원 전력까지 대거 이동하며 사실상 ‘전시 대형’을 갖췄다. WSJ는 “현재 미군이 중동에 집결시킨 공군력은 2003년 ‘이라크 자유 작전’ 이후 가장 큰 규모”라고 분석했다. 이라크 전쟁 때는 중동에 항공모함 6척이 배치되고 전투기 863대가 동원됐다.
이란도 군 기지와 핵 시설에 대한 방어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2024년 10월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파르친 군사기지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하는 등 요새화 작업을 했다.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가 분석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이란은 이스파한 우라늄 농축 시설 입구 세 곳도 흙으로 메워 은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은 미국이 공격하면 대규모 보복을 가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날 세계 최대 석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수시간 동안 봉쇄하고 훈련을 벌였다.
미국과 이란은 전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3시간30분가량 회담했지만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는 못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이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한계선)을 지킬 의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란은 이견을 좁힐 구체적 제안을 2주 안에 다시 내놓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지만 미국 강경파는 이를 전형적인 ‘시간 끌기’ 전략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제시한 ‘레드라인’이 무엇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미국은 그동안 이란의 핵무기 개발 외에 미사일 사거리 제한, 중동 대리세력 지원 중단 등을 요구해왔다. 반면 이란은 핵 개발 문제와 제재 해제만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19일에도 모하마드 에슬라미 이란 부통령은 “핵산업의 근간은 농축으로, 무엇을 하든 핵연료가 필요하다”며 “어떤 나라도 이란이 해당 기술을 평화적으로 활용할 권리를 박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이란은 60% 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다.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90% 농축에 근접한 단계다.
다만 시장은 미국 중간선거를 변수로 꼽고 있다. 군사 충돌로 원유 가격이 오르면 미국 내 휘발유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할 수 있다. 덴마크 투자은행 삭소뱅크는 블룸버그통신에 “물가 부담이 주요 의제로 떠오른 해에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주유소 가격 상승 위험을 감수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브렌트유는 2주 만에 배럴당 70달러 선을 넘었다. 서부텍사스원유(WTI)도 하루 만에 4% 넘게 상승했다. 이란이 유가 변동성을 미국과의 협상 때 전략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SEB는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출이 차질을 빚고,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급등하는 상황이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원하지 않는 일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며 “이란은 차분하게 협상할 시간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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