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건축·재개발 도시정비사업에서의 가장 큰 위험(리스크)는 정부의 정책 방향입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사진)은 21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많은 정비사업 조합들이 정부가 어떠한 정책을 내놓을지 예측할 수 없어 두려움에 떨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6·27 대책, 9·7 대책, 10·15 대책 등 세 가지 굵직한 대책을 발표했다. 이들 정책 가운데 도시정비사업에 영향을 미친 정책은 6·27 대책과 10·15 대책이다. 대출에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6·27 대책은 수도권과 규제지역을 중심으로 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했다. 이 과정에서 이주비가 6억원으로 제한됐다. 중도금 대출이 잔금 대출로 전환될 때 6억원 대출 제한이 적용되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중도금까지도 대출 규제의 영향을 준 것으로 시장은 해석했다.
김 소장은 "이주비·중도금 대출 규제는 정비사업에 직접적인 제약을 걸고 있다"며 "이주비 대출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다 보니 조합의 이주·철거 일정이 늦어지고, 이는 사업 일정 전반을 지연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 지연을 완화하기 위해 조합이 자체적으로 자금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이는 조합원들의 금리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소장은 "은행권에서 이주비·중도금 대출을 받지 못하다 보니 조합이 사업비 대출로 우회해 자금을 마련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금리가 연 6~8% 수준으로 일반 대출(연 4%)보다 높아 금융 비용이 큰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주 이후 공사 등을 고려하면 5~6년 이상 걸리는 현장도 많은데 그 사이 금융비용이 많게는 억 단위로 불어날 수 있다"고 봤다.
10·15 대책에서는 서울을 비롯해 경기 12곳을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는데 이 역시 도시정비사업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판단했다. 조합원 지위 양도 문제, 5년 재당첨 제한 등이 걸림돌이란 지적이다.
그는 "재건축의 경우 투기과열지구에서 원칙적으로 조합원 지위 양도가 불가하다"며 "또한 지난해 정부 규제로 세입자가 있는 매물은 정리를 하지 못하게 되면서 퇴로가 완전히 막혀 사실상 강제 청산의 위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5년 재당첨 금지도 마찬가지"라며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강남 3구와 용산구만 규제지역이었는데 같은 해 하반기 들어 서울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서울에서 도시정비사업지 물건을 2개 이상 들고 있는 경우 문제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데 따라 문제가 생겼으면 적어도 처분을 할 수 있게 퇴로를 열어줘야 하는데 현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도시정비사업 활성화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나올 정책 이슈도 있다. 김 소장은 "분양가가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선거 이후 분양가상한제 카드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만약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된다면 조합원 추가 분담금 이슈는 더 커질 것이다. 조합원들이 내야 할 금액이 8억~10억원 수준으로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도시정비사업에서 꾸준히 제기되는 추가 분담금 확대 문제가 향후 정비사업의 성패가 될 것으로 김 소장은 분석했다.
그는 "과거 1인당 2억~3억원의 분담금으로 신축을 받을 수 있었다면 지금은 최소 5억원이 기본"이라며 "관리처분 단계 현장 중에는 6억~7억원, 많게는 10억원 이상 추산된 곳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몇 년 사이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이 겹치면서 공사비가 치솟았고 부담이 고스란히 조합원 분담금으로 전가되고 있다"며 "공사비는 구조적으로 오른 상태라 되돌리기는 어렵다. 해당 사업지 조합원들이 분담금을 낼 수 있는지 여부가 사업 성패를 가르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서울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어느 때보다 '옥석 가리기'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김 소장은 "조합원 수가 적고 평균 대지지분이 넓은 재건축, 사업성이 확보된 재개발은 자산 가치 상승 가능성이 있다"며 "사업성이 낮은 현장은 오히려 분담금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이제는 정비사업이라고 해서 다되는 시절이 아니다"라며 "재건축·재개발은 여전히 기회가 있지만 철저한 사업성 분석 없이 진입하면 리스크가 더 클 수 있다"고 봤다.

김제경 소장은 부동산 시장에서 도시정비사업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김 소장은 현재 투미부동산컨설팅 연구소장으로 있다. 도시 및 지역계획학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고 도시계획기사이면서 공인중개사이기도하다. 투자자산운용사, 자산관리사도 겸하고 있다.
우주인. 집우(宇), 집주(宙), 사람인(人). 우리나라에서 집이 갖는 상징성은 남다릅니다. 생활과 휴식의 공간이 돼야 하는 집은, 어느 순간 재테크와 맞물려 손에 쥐지 못하면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게 만드는 것이 됐습니다. '이송렬의 우주인'을 통해 부동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사람을 통해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글=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영상·사진=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
정리=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