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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도급·친환경' 규제 강화…‘ESG 경영’ 시험대 놓인 건설업계

입력 2026-03-03 06:00  

[한경ESG] ESG Now


올해 건설현장의 안전과 하도급, 친환경 등 규제가 일제히 강화된다. 건설업계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시험대에 오른다는 뜻이다. 건설사들은 안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하고, 탄소 저감 자재를 개발하는 등 분주하게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업황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어 ESG 투자에 부담을 느끼는 업체들도 적지 않다. 일각에선 ESG 규제 적용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전부터 하도급까지 규제

건설업계에 따르면 안전사고를 낸 건설사를 타깃으로 한 징벌적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사망사고 발생 시 매출액의 최대 3%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내용의 건설안전특별법이 현재 여당 주도로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정부와 교감이 있는 법안이어서 건설업계에선 이 법은 올해 제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사들은 과징금 수준이 너무 높다고 우려한다. 지난해 1~3분기 국내 10대 대형 건설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01%다. 최근 5년간(2020~2024년)으로 범위를 넓혀도, 국내 종합건설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98%다. 이는 중대재해가 한 번만 터져도 적자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건설업계에선 “과징금 기준을 회사 전체 매출액이 아닌 해당 공사의 도급 금액으로 정하거나, 과징금 상한액을 명시하는 게 필요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일회성 비용 부담만이 문제가 아니다. 재무 여건을 옥죌 수 있는 각종 페널티가 수반된다.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면 신규 수주가 중단되고, ‘선분양’ 제한 조치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통상 건설사는 착공 시점에 아파트를 분양한 뒤, 청약 당첨자로부터 계약금·중도금을 받아 공사비를 충당해 주택을 짓는다.

이 선분양이 막히면 자체 자금이나 대출 등으로 사업비를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사고를 낸 업체는 ESG나 신용평가 점수 하락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과 대출 문턱이 높아질 수 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가 지난 2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도 건설업계에 부담이다.

연간 세 명 이상의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에 대해 영업이익의 최대 5%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게 핵심이다. 매출액 기준으로 과징금을 매기는 건설안전특별법에 비해선 부담이 덜할 수 있지만 영업이익의 5%도 중소 건설사한테는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건설업계는 정부가 53~61%(2018년 대비 2035년 배출량 기준)라는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설정한 것도 우려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세계 탄소 배출의 약 3분의 1은 건설산업과 건설자재에서 나온다.

타 업종 대비 건설업계의 타격이 특히 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친환경 공법·자재가 비싸다는 점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에너지자립률이 높은 ‘녹색 빌딩’을 짓기 위해 필요한 건물일체형 태양광발전시스템(BIPV)은 일반 발전시스템보다 3~5배 비싸다”고 했다. 작년 민간 공동주택에 ‘제로에너지’ 규제가 적용된 것만으로 전용면적 84㎡ 기준 가구당 공사비가 300만 원 이상 뛴 것으로 알려졌다.

지배구조(G) 측면에선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하도급 대금 지급보증 규제가 건설회사들의 이목을 끈다. 건설 프로젝트 대금의 지급은 보통 ‘발주자→원도급→하도급’ 구조로 이뤄진다. 발주자가 원도급을 건너뛰고 하도급에 직접 돈을 주는 ‘직불’ 방식에 대해서도 원도급사가 지급보증 의무를 져야 한다는 게 이번 규제의 골자다.

하도급 업체는 환영하지만 종합건설사는 비용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도급의 안정적인 자금 회수를 돕는다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종합건설업체의 재무 여건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직불도 원도급이 책임을 지라는 게 채권·채무관계 법리상 적절하지 않는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AI·드론 활용해 안전관리

건설사들은 대비책 마련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환경 훼손을 줄이기 위해 탄소 저감 시멘트를 개발하고, 모듈러 같은 탈현장건설(OSC) 공법을 적용하는 등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안전 측면에선 인공지능(AI)과 드론 등을 통한 스마트 안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외국인 근로자와 소통하기 위한 ‘통역 앱’ 운영에 들어간 게 대표적이다.

현대건설은 위험작업 최소화를 위해 원격제어 타워크레인을 도입했다. 삼성물산은 법정 기준의 두 배에 달하는 안전관리 예산을 집행했다. 주요 건설사의 대표(CEO)와 최고안전책임자(CSO) 등은 최근 동절기와 해빙기를 맞아 공사 현장의 안전상황을 점검하는 ‘릴레이 캠페인’을 진행했다.

건설사 고위관계자는 “아무리 예방조치를 해도 안전사고를 100% 막기 어렵고, 탄소감축 목표도 다소 도전적으로 잡은 측면이 있다”며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PF 자금 경색 등 어려운 여건을 감안해 ESG 규제에도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되기 전인 2021년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근로자는 총 828명이었다. 2024년 사망 사고자는 827명으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었다. 처벌 위주 정책의 안전사고 예방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에선 공사비 현실화, 숙련된 건설인력 양성 등 구조적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공사비 상승 등 건설업계의 어려운 외부환경을 감안해 ESG 규제를 좀 더 시간을 두고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2025년 12월 현재 국내 건설공사비지수는 132.75로 5년 전(102.04)보다 30% 뛰었다. 그만큼 건설사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전체 업체의 82%를 차지하는 전문건설업체는 상황이 더 녹록지 않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전문건설업체의 70% 이상은 종사자 수가 10명 미만의 영세 기업이다. ESG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투자 여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ESG 평가지표나 가이드라인이 대기업 기준으로 설계된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반면 ESG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만큼, 건설업계도 이번 기회에 ‘ESG 열등생’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2024년 현재 국내 건설산업의 평균 ESG 점수는 2.76으로, 전체 산업 평균(2.84)보다 낮다.

김태준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상위 50개 건설사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했을 때 온실가스 배출에서 스코프 1과 2 공시는 대부분 기업이 수행하고 있지만, 스코프3(공급망을 포함한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며 “스코프3 배출이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설산업 특성상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인혁 한국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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