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광 속 카나리아’ 순간일까”
알리안츠그룹의 고문인 모하메드 엘 에리언 전 핌코 최고경영자(CEO)는 19일(현지시간) 블루아울 캐피털의 펀드 환매 중단 소식을 듣고 X(옛 트위터)에 이처럼 올렸다.
2007년 8월 프랑스 최대 은행 BNP파리바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자산에 투자한 펀드 3개의 환매를 전격 중단하면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부실 서막이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사모신용 성장에 중요한 축을 담당했던 소프트웨어 업종이 인공지능(AI)의 파괴적 혁신에 잠식되면서 시장 전체 부실로 확산될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블루아울은 소프트웨어 기업을 주목했다. 소프트웨어 기업은 한 번 고객을 확보하면 매달 고정적인 수입(구독료)이 들어온다. 사모신용 입장에서는 이 꾸준한 현금 흐름이 대출이자를 꼬박꼬박 갚을 수 있는 최고의 담보가 되었다.
또 기업들이 한 번 쓴 소프트웨어를 바꾸기는 매우 어려운 락인 효과로 경기 영향을 덜받는 안전 자산이라는 개념도 생겼다.
소프트웨어 기업 입장에서도 초기에 개발비와 마케팅비가 막대하게 들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실적은 적은 탓에 은행의 문턱을 넘기 쉽지 않았다.
블루아울의 사모신용 포트폴리오에서 70~80%가 소프트웨어 업종이 된 점도 이같은 공생 관계 때문이다.
블루아울은 앞서 OBDC Ⅱ를 뉴욕증시에 상장 거래되는 블루아울의 다른 펀드(OBDC)와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합병 완료 시까지 OBDC Ⅱ의 환매를 중단해왔다.
환매 기회가 차단된 가운데 블루아울의 합병안이 투자자에게 손실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결국 작년 11월 합병 계획을 철회했다. 이 사태는 사모신용의 불투명성과 건전성을 둘러싼 우려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런 가운데 합병 철회 3개월 만에 펀드 환매를 영구적으로 중단한다는 결정이 나오면서 사모대출 시장의 건전성을 둘러싼 우려가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상장 주식과 달리 사모신용 자산(대출 채권)은 시장 가격이 매일 매겨지지 않는다. 운용사가 자체 평가한 장부 가격에 의존한다.
투자자들은 바로 이 지점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AI 혁명으로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가치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운용사들이 발표하는 자산 가치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다. 장부가가 깎이기 전에 먼저 돈을 빼야 한다는 심리가 시장 전반에 환매 러시를 부추기고 있다.
블루아울이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14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급매한 것도 시장에 강력한 경고음을 울렸다. 우량 자산이 시장에 쏟아지면 해당 채권의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아폴로나 KKR이 블루아울보다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되어 있음에도 주가가 동반 하락한 것은, 시장 전체의 자산 가치가 하향 조정될 것이라는 공포가 반영된 결과다.
한편 크레이그 패커 블루아울 공동 창업자는 펀드의 자산을 액면가의 99.7%에 매각했다며 장부 가격이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시장 우려를 일축했다. 투자자들의 원금을 지킬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이날 오전 콘퍼런스 콜에서 “평가 방식과 자산 가치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우리는 줄곧 포트폴리오와 자산 평가의 질에 자신이 있다고 말해왔다”라고 말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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