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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태양광, '벨류체인 확장'으로 승부수 던져

입력 2026-03-04 08:17   수정 2026-03-04 08:19

[한경ESG] ESG Now



지난해 12월 22일 미국 애틀랜타 시내에서 북서쪽으로 1시간을 달려 도착한 조지아주 카터즈빌 한화큐셀 공장. 청색 창문을 가진 사무동 앞뒤로 하얀색 건물이 통째로 연결돼 있는 독특한 구조의 이곳은 미국 유일의 잉곳-웨이퍼-셀·모듈 통합 공장이다. 신공장 부지에 들어서자 직원들이 탄 전용카트가 분주히 길을 오가고 있었다. 골프장에서나 볼 것 같은 카트들은 단지 끝에서 끝까지 걷기엔 15분 이상이 소요되는 규모 때문에 마련된 운송수단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사활을 걸고 조성한 공장인 만큼 전례 없는 규모다. 태양광 셀·모듈 사업이 주력이었던 한화큐셀에게 이곳은 단순히 또 하나의 제조 공장이 아니라, 태양광 밸류체인(가치사슬) 전반을 담당하는 ‘솔라 허브’를 만들겠다는 한화의 목표가 고스란히 반영돼 있는 곳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에게 사실상 밀린뒤 미국에서조차 트럼프 정부의 정책 변덕으로 고전하고 있는 국내 태양광 기업들은 전후방 밸류체인 확장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제조부터 금융까지… 밸류체인 통합으로 ‘적자 늪’ 돌파

트럼프 시대 국내 태양광 업종은 절체절명의 기로에 서 있다. 유럽과 아시아 시장은 이미 중국 업체들에게 잠식당한 상황에서 마지막 기회인 초대형 시장 미국조차 실적은 악화일로다. 최근 공시된 2025년 실적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연간 영업손실 3533억 원을 기록했다. 2024년 3002억 원의 적자에 이어 2년 연속 대규모 손실을 낸 것이다.

폴리실리콘 분야의 강자였던 OCI홀딩스 역시 2023년 5312억 원, 2024년 1015억 원의 이익을 냈으나 지난해에는 57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3년 새 수천억 원의 이익이 수천억 원의 손실로 뒤바뀐 셈이다. 미국 내 올해 예상 신규 태양광 설치량만 37.3기가와트(GW)에 달할 정도로 수요는 견고하지만, 글로벌 공급 과잉에 따른 모듈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는 탓이다.
이 같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한화큐셀은 제조 효율을 극대화하는 업스트림 통합과 서비스 영역을 넓히는 다운스트림 확장을 하나로 묶는 ‘밸류체인 일원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공장 부지 내에서 만난 한화큐셀 직원은 “현재 회사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수익률이 낮아진 전통적인 셀 비즈니스에서 탈피하기 위해 카터즈빌 공장에 ‘통구조’ 설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발전기는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 단계로 만들어지는데, 카터즈빌 공장은 이 중 잉곳부터 모듈까지의 전 공정을 한 부지 내에서 처리한다.

잉곳 3.3GW, 웨이퍼 3.3GW, 셀·모듈 3.3GW 규모의 라인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조다. 조지아주 내 또 다른 생산기지인 돌턴 공장의 모듈 5.1GW 물량까지 합치면 압도적인 수직계열화가 완성된다. 이러한 통합 생산은 수익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핵심 동력이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소재 단계인 잉곳과 웨이퍼를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기 시작하면 역외 수급 업체 대비 물류비와 관세 측면에서 수익성이 압도적으로 높아진다”며 “특히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모듈뿐만 아니라 잉곳, 웨이퍼, 셀 단계까지 중복으로 수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모듈은 와트(W)당 7센트, 셀은 4센트, 웨이퍼는 제곱미터(㎡)당 12달러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한화큐셀은 공장이 전면 가동되면 연간 최대 1조 원의 보조금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높은 인건비를 상쇄하고도 남는 수준으로, 중국산 저가 제품과 정면 대결이 가능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게 됨을 의미한다.

한화큐셀의 전략은 단순히 ‘잘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제조 이후의 단계인 다운스트림 영역으로의 공격적인 확장이 동반된다. 태양광 패널을 파는 업체에서 벗어나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패키지로 묶어 팔고 발전소 설계·조달·시공(EPC)은 물론 이에 필요한 금융 서비스와 유지보수(O&M)까지 제공하는 ‘에너지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한화큐셀은 LG에너지솔루션 등으로부터 ESS 배터리를 구매해 태양광 발전소와 결합한 통합 단지 조성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애리조나를 포함해 미주리, 와이오밍, 캘리포니아 등 미국 전역에 태양광 패키지 단지를 구축 중이다. 이는 제조 마진에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발전소 운영과 서비스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로, 1위 사업자인 테슬라의 비즈니스 구조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태양광 소재와 제품 제조, 이를 이용한 전력 단지 조성, 그리고 여기에 필요한 금융 솔루션까지 하나로 연결된 비즈니스를 모두 수행하겠다는 의미다.

스콧 모스코위츠 한화큐셀 미국법인 시장전략 담당은 “통합 단지를 운영할 경우 EPC 수익은 물론 에너지 관리 시스템 유지·보수 수익까지 연결이 가능하다”며 “제조부터 서비스까지 사업 전체 영역을 넓혀야만 중국의 물량 공세와 미국의 정책적 변덕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큐셀은 이 같은 통합 비즈니스를 통해 2027년에는 태양광 사업에서 5000억 원대의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OCI홀딩스, AI 타깃 ‘에너지 디벨로퍼’로 진화

OCI홀딩스 역시 제조 기업의 틀을 깨고 ‘에너지 디벨로퍼’로의 대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폴리실리콘 사업에 집중해 온 OCI홀딩스는 이제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와 태양광을 직접 연결하는 비즈니스에 사활을 걸었다.

지난해 OCI홀딩스 미국법인은 텍사스와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태양광과 ESS를 결합한 통합 단지 추진 규모를 6.7GW까지 늘렸다. 전년 대비 24.5% 증가한 수치다. 전략의 핵심은 24시간 안정적인 전력이 필요한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의 AI 데이터센터에 직접 전력을 공급하는 전력구매계약(PPA) 구조다. OCI는 단순히 전기를 파는 것을 넘어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등지의 유휴 부지에 직접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통째로 빅테크에 넘기는 방식까지 검토 중이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에 따르면 2026년 미국 내 신규 발전원의 60% 이상이 태양광(37.3GW)과 ESS(21.5GW)에 집중될 전망이다. 석탄 화력 발전소가 매년 감소하는 가운데, 그 빈자리를 채우는 거대한 시장의 주도권을 한국의 디벨로퍼들이 쥐겠다는 계산이다. 제조 적자를 발전소 운영과 데이터센터 연계 수익으로 메우는 구조가 안착된다면, OCI홀딩스는 폴리실리콘 시황에 휘둘리지 않는 탄탄한 수익원을 확보하게 된다.

정책적 험로 뚫는 ‘비중국 공급망’의 가치

정책적 환경이 험난해지고 있는 만큼 한국 태양광 기업들의 변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발표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은 기존 신재생 에너지 보조금 체계에 강력한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특히 투자세액공제(ITC) 혜택의 조기 종료 가능성이 담겨 있어 단기적으로는 미국 내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NEF는 올해 글로벌 태양광 신규 설치 용량 증가율이 사상 처음으로 정체될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법안 내 포함된 해외우려기관(FEOC) 조항은 한국 기업들에게 오히려 강력한 진입 장벽이자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 태양광 소재를 쓰는 기업은 미국에서 보조금을 아예 받을 수 없도록 못 박았기 때문이다. 룽지에너지, 트리나솔라 등 중국 강자들이 저가 공세를 펼칠 수 없게 된 빈자리를 한화와 OCI가 ‘업스트림 통합’과 ‘다운스트림 솔루션’으로 점유해 나갈 가능성이 있다.

지금 정책이 하방압력과 상방 확장 가능성을 동시에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K-태양광의 생존 전략은 ‘수직계열화를 통한 초격차 제조 경쟁력’과 ‘금융·EPC를 아우르는 서비스 경쟁력’의 결합으로 요약된다. 제조에서 잃은 점수를 운영과 금융에서 만회하는 고도의 전략이다.

2026년은 한국 태양광 산업이 제조 중심의 한계에서 벗어나 글로벌 에너지 솔루션 시장의 주도권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지금 한국 태양광 산업은 기대와 걱정이 혼재한 상황”이라며 “태양광 시장의 성장은 분명하지만 기업이 수익을 낼 수 있느냐는 밸류체인 확장에 성공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카터즈빌=성상훈 한국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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