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연금 시장의 중심이 확정급여(DB)형에서 확정기여(DC)형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기업이 운용 책임을 지는 구조에서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구조로 전환되면서 퇴직연금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이 회사 계좌에 적립된 퇴직연금 38조1000억원(2025년 12월 기준) 가운데 DB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15.6%(약 5조95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말 51%를 넘던 DB형 비중이 6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은 급격히 증가했다. DC형 비중은 2019년 33.7%에서 2025년 42.7%로 커졌고, IRP는 15%에서 41.6%로 확대됐다.
이 같은 변화는 전체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퇴직연금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말 국내 퇴직연금 시장에서 DB형 비중은 49.7%로 집계됐다. 사상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다.
DC형과 IRP가 퇴직연금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은 것은 임금 구조와 투자 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다. 실질임금 상승률이 최근 0%대에 머물면서 퇴직 시점 임금에 수익률이 고정되는 DB형의 매력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호봉제 대신 연봉제와 성과배분제가 확대되면서 ‘더 이상 DB형이 유리하지 않다’는 인식도 확산했다.
투자 환경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5600을 돌파하는 등 강세장이 이어지면서 퇴직연금을 단순한 ‘적립금’이 아니라 ‘투자 자산’으로 바라보는 가입자가 늘고 있다. 운용 자율성이 높은 DC형·IRP 계좌를 통해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다만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하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DC형은 투자 성과에 따라 퇴직급여 규모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개인의 투자 성향과 운용 여력, 회사의 지원 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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