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은 보상이 아니라 오직 승자에게만 허락된 자격이다.”올해 11월 헝거 게임 시리즈의 새로운 프리퀄 영화 ‘헝거 게임: 수확의 일출’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 속 디스토피아적 설정이던 처절한 서바이벌은 이제 실리콘밸리를 넘어 글로벌 기업들의 지배적인 경영 표준이 됐다. 과거 경영이 ‘함께 가는 성장’과 ‘낙수 효과’를 중시했다면 2026년 기업들은 소수의 핵심 프로젝트에 모든 자원을 몰아넣고 나머지는 가차 없이 도태시키는 냉혹한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다.

헝거 게임 경영은 수잔 콜린스의 소설 <헝거 게임>에서 유래했다. 단 한 명의 생존자가 남을 때까지 서로를 쓰러뜨려야 하는 잔인한 규칙은 우리에게 익숙한 ‘오징어 게임’의 정서와도 맞닿아 있다. 이 용어가 비즈니스 세계에서 본격적으로 회자된 것은 팬데믹 이후 고금리와 고비용이 일상이 된 ‘자본 희소성’ 시대가 열리면서부터다.
트럼프발 관세 폭탄과 인공지능(AI) 에이전트 보급은 기업들에 ‘선택과 집중’을 넘어선 ‘생존을 위한 도피’를 강요하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자금을 무기 삼아 내부 경쟁을 극단으로 몰아넣는다. 승자에겐 파격적인 보상을, 패자에겐 부서 해체와 구조조정이라는 벌칙을 남기는 방식은 거대한 서바이벌 게임장을 연상하게 한다.
아마존 역시 하위 6%의 성과자를 매년 가려내 퇴출을 유도하는 시스템을 상시화했다. 최근 AI 에이전트가 인간의 업무 상당수를 대체하는 ‘에이전틱 워크플로(agentic workflow)’ 시대가 열리자 이들은 기존 캐시카우 사업부 예산을 줄이고, 그를 통해 확보한 실탄을 핵심 AI 프로젝트팀에만 몰아주는 자원 대이동을 단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낙오된 부서와 인력은 ‘버려지는 카드’로 전락하며 선택받은 집단과 소외된 집단 사이의 거대한 심리적 균열이 발생한다.
이 같은 지배 방식은 관료주의에 빠진 조직을 도려내는 데 효과를 발휘할지 모르나 장기적인 혁신의 씨앗마저 태워버리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는다. 가장 큰 문제는 조직 내 협력 생태계의 붕괴다. 동료의 실패가 나의 생존 확률을 높이는 구조에서 지식 공유와 시너지는 기대하기 어렵다. 각자도생의 문화는 결국 집단지성의 수준을 하락시키며 기업의 기초 체력을 갉아먹는다. 숙련 인재들이 단기 성과를 이유로 버려질 때 조직에 대한 충성심은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진정한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누구를 탈락시킬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경쟁 속에서도 조직 전체의 회복 탄력성을 유지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자원의 전략적 집중은 필요하되 낙오된 자들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주는 ‘회생의 메커니즘’이 결합돼야 한다. 그렇지 않은 헝거 게임은 결국 소수의 승자만 남고 삶의 터전은 사라진 황무지를 초래한다.
대한민국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길은 냉혹한 서바이벌을 넘어 서로의 연결된 힘으로 거대한 파고를 넘는 체질을 갖추는 데 있다. 외부 충격을 받을수록 더 단단해지는 ‘안티프래질(antifragile)’ 조직은 공포와 배제가 아닌 신뢰와 협력의 토대 위에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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