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배전망을 활용해 재생에너지 접속 문제를 풀기 위한 ‘저장장치 확충’에 본격 나선다. 배전선로에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대거 설치하면 그만큼 태양광 등 신규 발전 설비가 더 빨리 연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분산형 전력망 포럼을 열고 ‘차세대 분산형 전력망’ 구축 계획을 공개했다. 올해 321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0기의 ESS 설치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ESS 총 85기를 배전망에 설치할 계획이다. 이 장치들이 모두 가동되면 약 485메가와트(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추가로 전력망에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이는 대규모 송전선을 새로 까는 대신, 기존 배전망에 ‘완충 장치’를 달아 숨통을 틔우는 방식이다. 최근 태양광 발전 설비는 빠르게 늘었지만, 전력망 증설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일부 지역에서는 발전소를 지어놓고도 수년간 접속을 기다려야 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호남 등 재생에너지 밀집 지역에서는 출력 제한이 일상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ESS를 빠르게 늘리기 위해 ‘전력망 비증설 대안(NWA)’ 제도를 도입한다. 전선이나 변전소를 새로 짓는 대신 ESS로 전력 혼잡을 해결하면, 그만큼 아낀 공사비 일부를 사업자에게 보상해 주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올 상반기 제주에서 먼저 시행한 뒤, 하반기에는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전력망 연결 기준도 완화된다. 필요할 때 출력을 줄이겠다는 조건에 동의하면, 한 배전선로에 연결할 수 있는 용량을 기존 14MW에서 16MW로 늘려준다.
한국전력의 역할도 달라진다. 단순히 전선을 설치·유지하는 관리자를 넘어, 실시간 수급 상황을 예측하고 ESS 충·방전을 지시하는 ‘운영자(DSO)’로 기능을 확대한다. 태양광 발전량이 급증해 배전망이 과부하될 것으로 예상되면 ESS에 전기를 저장하도록 지시하는 식이다. 이를 위해 차세대 배전망 관리 시스템(ADMS)을 활용해 24시간 계통을 감시하고 원격 제어에 나선다.
시장 제도도 손질한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남아 전력 가격이 떨어질 경우, 난방이나 전기차 충전 등 수요를 늘려 이를 흡수하도록 유도하는 수요 입찰 제도를 확대한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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