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전통 유통업의 강자 월마트를 제치고 연간 매출 세계 1위 기업이 됐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1994년 온라인 서점 사업을 시작한 지 32년 만이다. 다만 월마트가 신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어 내년엔 1위 자리를 다시 빼앗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19일(현지시간) 월마트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4.7% 증가한 7132억달러(약 1033조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아마존이 발표한 지난해 매출 7169억달러보다 37억달러 적은 수치다. 아마존이 연간 매출 기준으로 월마트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월마트는 2012년부터 지켜온 세계 매출 1위 기업 자리를 아마존에 내줬다. 아마존은 2019년 세계 기업 매출 9위에 오르며 처음으로 10위권 안에 들었고, 2023년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와 중국 국영 전력회사인 국가전망공사(SGCC)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월마트와 아마존은 글로벌 유통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월마트는 전 세계에 매장이 1만 개 이상 있는 세계 최대 오프라인 유통업체다. 코로나19 이후 미국 전역의 4700여 개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해 e커머스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아마존은 매달 방문객이 27억 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e커머스 업체다. 월마트가 온라인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동안 아마존은 슈퍼마켓 업체인 홀푸드마켓을 인수해 오프라인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다만 유통 부문만 떼어놓고 보면 월마트가 여전히 세계 매출 1위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 매출을 제외하면 지난해 아마존의 유통 부문 매출은 5880억 달러에 그친다. 반면 월마트는 매출 대부분이 유통사업에서 나온다.
두 공룡은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아마존은 올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칩 등 AI 관련 사업에 최대 2000억달러를 쏟아부을 계획이다. 자체 개발한 쇼핑 도우미 챗봇 ‘루퍼스’를 자사 플랫폼 전반에 전진 배치했다. 월마트는 AI 선두 기업과 협력하는 방식을 택했다. 작년 10월 오픈AI와의 협력을 발표하고, 지난달엔 구글과도 쇼핑 동맹을 맺었다. 챗GPT는 물론 구글 제미나이를 통해서도 월마트에서 물건을 구매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지난해에는 월마트가 1위를 내줬지만, 올해 순위가 다시 뒤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월마트의 온라인 사업 부문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마트의 e커머스 사업 부문 매출은 지난해 처음으로 1500억달러를 넘겼다. 중국, 동남아 등 글로벌 e커머스 매출은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월마트가 최근 힘을 주고 있는 광고 부문 매출도 지난해 전년 대비 46% 증가한 64억달러를 기록했다. 월마트는 온라인몰과 앱, 오프라인 매장에서 축적한 방대한 소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광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월마트커넥트’라는 사업을 2021년부터 운영 중이다. 이 같은 전략 변화에 힘입어 월마트 시가총액은 지난 4일 오프라인 유통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1조달러를 넘어섰다.
키르티 칼리아남 샌타클래라대 소매경영연구소장은 “아마존이 월마트 매출을 추월한 데는 주력인 유통이 아니라 클라우드 사업이 주효했다”며 “아마존의 1위 등극이 공허한 승리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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