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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담합"…'밀가루값 재결정' 칼빼든 공정위

입력 2026-02-20 17:48   수정 2026-02-20 19:50

국내 주요 제분사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20년 만에 또다시 담합을 벌인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밀가루 가격을 담합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도록 강제하는 ‘가격 재결정 명령’이 내려질 가능성도 크다.

공정위 사무처는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대선제분,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삼양사, 삼화제분, 한탑, CJ제일제당 등 7개 제분사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밀가루 시장에서 담합했다는 내용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해당 기업에 송부하고 공정위 전원회의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가 6년간 밀가루 시장에서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맞추고, 물량도 나눠 가졌다고 봤다. 관련 매출은 5조8000억원으로 산정했다. 현행법상 관련 매출의 최대 20%를 과징금으로 매길 수 있다. 과징금이 최대 1조1600억원, 업체당 1657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상 최대 규모다. 과징금은 업체 의견 수렴과 전원회의 의결을 통해 결정한다.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려달라’는 내용도 담았다. 이 명령이 내려진 것은 제분사들이 밀가루 담합 혐의로 제재를 받은 2006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제분 7개사 담합 심사보고서
20년만에 '재결정 명령' 발동되나…'역대 최대' 과징금 나올 듯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9일 제분업체 7곳에 발송한 심사보고서에는 이들의 담합이 중대한 위법 행위에 해당돼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담겼다. 공정위는 특히 시정명령에 지난 20년간 발동되지 않은 ‘가격 재결정 명령’을 포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가격을 담합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도록 하는 강도 높은 시정조치다.

유성욱 공정위 조사관리관은 20일 브리핑에서 “민생과 밀접한 품목에는 더 실효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경쟁을 적극적으로 회복하는 수단으로 가격 재결정 명령을 심사보고서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가격 재결정 명령은 공정거래법상 담합 사건에서 내릴 수 있는 가장 강한 시정조치다. 공정위가 직접 가격을 지정하지는 않지만,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이 제도는 2006년 밀가루 담합 사건 이후 사실상 가동되지 않았다. 공정위 내부 기준상 ‘행위중지 명령’만으로는 경쟁 회복이 어렵다는 점이 인정돼야 하고, 무엇보다 최종 심의 시점까지 위반 행위가 지속되고 있어야 하는 등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조사 과정에서 업체가 선제적으로 가격을 인하하면 요건 충족이 어려워진다. 이달 초 설탕 담합 사건에서도 조사 중 가격 인하가 참작돼 가격 재결정 명령은 내려지지 않았다.

이번 사건에서도 일부 제분업체가 올해 초 4~6% 가격 인하를 발표했지만, 공정위는 이를 참작하기에는 반복 위반의 중대성이 크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분사들은 2006년 원맥 가격 상승을 명분으로 출고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조율한 행위가 적발돼 가격 재결정 명령을 받았다. 담합이 5년간 지속됐고 인상 가격이 시장에 고착됐다는 판단에서다. 과징금은 당시 법정 상한인 관련 매출의 10%(434억원)로 책정됐다.

이번 사건에 포함된 7곳은 2006년 당시 제재를 받은 업체들이다. 2007년 제재가 최종 확정된 지 약 12년 만인 2019년부터 작년까지 다시 담합에 가담했다.

정부는 최근 반복되는 담합과 관련해 엄정 대응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반시장적 담합 행위는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고 시장 신뢰를 훼손하는 국민경제의 암적 존재”라며 “반복할 경우 시장에서 영구적으로 퇴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병기 공정위원장 역시 이달 초 국무회의에서 “물가를 원상회복하기 위해 공정위가 가격 재결정 명령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운영지침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민생 밀접 품목이라는 점도 재가동 배경에 반영됐다는 평가다. 밀가루는 제빵·면·식품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이지만, 가격 변동이 소비자 가격에 빠르게 전가되는 특징이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밀가루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해 9월 121.43으로 2019년 9월 대비 21.4% 상승했고, 같은 기간 밀가루 소비자물가지수는 35.9% 올랐다.

하지은/김대훈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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