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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3000억" 李 대통령 직격…한국도 '억대 포상금' 나올까 [박주연의 여의도 나침반]

입력 2026-02-22 09:00   수정 2026-02-22 09:13

이재명 대통령이 불공정거래 신고 포상제 강화를 공개적으로 주문했습니다. 상한은 30억원에 달하지만 실제 지급은 예산 범위에 묶여 있는 구조를 바꾸라는 메시지입니다.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를 근절하려면 내부자의 자발적 신고가 핵심이기 때문에 이를 뒷받침할 실질적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는 판단입니다.

금융위원회도 제도 개편 방향을 공식화했습니다. 포상금 제도를 기금화하고, 부당이득 등을 재원으로 하는 별도 기금을 조성해 부당이득에 비례해 포상금을 확대 지급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부처 간 협의가 지연되거나 국회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면 대통령의 발언이 선언에 머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제도상 수치와 실제 예산 집행 구조 사이의 간극을 해소할 수 있을지, 그리고 '부당이득 재원 기금화'가 예산당국 및 국회 논의를 거쳐 제도화될 수 있을지가 핵심 변수입니다.
한국은 '포상 0원'...제대로 바꾸려면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과감한 신고 포상제도, 우리도 확실히 도입해야겠지요?"라고 적었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이에 대해 지난 3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코스피 5000 비욘드 세미나'에서 "신고포상금 지급액 상한을 대폭 상향하겠다"며 "부당이득 등을 재원으로 별도 기금을 조성하고 부당이득에 비례해 포상금을 확대 지급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와 적극 협의하겠다"고 화답한 바 있습니다.

단년도 예산 체계에서는 특정 연도에 대형 회계부정이나 주가조작 사건이 발생할 것을 전제로 거액의 포상금을 미리 편성하기 어렵습니다. 예산이 전년도 편성 과정에서 확정되기 때문입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올해 대형 회계 부정이나 대규모 불공정거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해서 예산을 수배로 늘려 달라고 요구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사건 규모를 사전에 가늠하기 어려워 단년도 예산 방식으로는 대형 사건에 비례한 포상금 집행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위가 언급한 기금형 구조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입니다. 환수한 범죄 수익이나 과징금 일부를 적립해 두면 사건 규모에 비례한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고, 예산 소진 여부에 따라 지급 규모가 제한되는 문제를 완화할 수 있습니다. 범죄 수익을 재원으로 활용하는 만큼 일반 재정 부담을 줄이고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도드-프랭크법에 따라 벌금·과징금이 일정 규모를 넘는 사건의 경우 환수 금액의 10~30%를 내부고발자에게 지급하고 있습니다. 제재금 일부를 재원으로 활용하는 구조입니다.
"관계부처, 국회 논의 없인 공염불"

다만 이 위원장이 말한 기금 설치와 재원 구조 변경은 금융위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습니다. 예산당국과의 협의, 국회 논의가 수반됩니다.

현행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신고 포상금은 이론상 30억원이 최대입니다. 중요도에 따라 10등급으로 구분되는데 1등급 기준금액은 30억원, 10등급은 1500만원입니다. 각 등급별 기준금액에 신고 기여율을 곱해 지급액을 산정합니다. 2024년 2월부터는 등급 산정 시 부당이득 규모를 반영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지급은 연간 예산 범위 내에서 이뤄집니다. 2025년 포상금 예산은 2억원이었고, 2건 지급으로 대부분이 소진됐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같은 해 제19차 증권선물위원회에서는 9370만원 지급이 의결됐고, 제20차 회의에서는 2500만원 지급이 의결됐습니다. 올해 예산은 4억4000만원으로 늘었지만 부족하다는 지적은 여전합니다.

부당이득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사건이 포함됐음에도 신고자에게 지급되는 금액은 턱없이 적습니다. 상한 30억원과 예산 2억원이라는 구조적 간극이 반복되면서 제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온 이유입니다. 최근 3년간 지급 건수도 연 3~6건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와 대형 회계부정의 상당수가 내부 제보를 통해 드러나는 만큼, 보상 체계의 실효성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실제 지급 규모가 사건 규모와 연동된다는 신호가 분명해야 내부자 신고가 활성화될 수 있다"며 "국회 논의와 함께 예산당국 등 관계 부처 협의도 병행되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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