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가 10년간 1000억원을 투자해 미래 기초과학 연구 허브 ‘NEXST Lab(Next Emerging Cross-disciplinary Science and Technology Lab)’을 설립한다. 학과 칸막이를 뛰어넘는 융합 연구 인프라를 구축해 세계적 수준의 과학자를 길러내고, 궁극적으로는 필즈상·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것이 목표다.
서울대 자연과학대는 한국 기초과학의 산실이다. 지난해 출범 50주년을 맞아 유 학장은 자연과학대의 현실을 분석해보기로 했다. 결과는 냉정했다. 영국 대학평가기관 THE가 전 세계 주요 대학의 학문 분야별 논문 피인용지수를 점수화해보니 UC버클리, 케임브리지대는 물론 싱가포르국립대, 칭화대, 도쿄대 등 아시아 주요국과 비교해서도 뒤처졌다.
유 학장은 다른 주요 대학에 비해 독창적인 연구가 부족한 이유 중 하나로 학과 간 장벽을 꼽았다. 학과 단위에 집중하다 보면 새로운 분야로 연구의 범위를 확장하기가 구조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대에는 노벨상 수상자 밑에서 공부한 석학은 많지만, 새로운 학문의 영역을 개척한 경우는 많지 않다”며 “전공의 칸막이를 넘어서야만 학문적 독창성을 찾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수학과(현 수리과학부) 출신인 홍범준 좋은책신사고 대표가 이 뜻에 공감해 10년간 1000억원을 기부하기로 하면서 연구소 설립은 현실이 됐다. 순수 수학, 이론 물리학 등 아주 근본적인 질문에 도전하는 분야부터 인공지능(AI)·바이오·양자 과학 등 미래 핵심 기술 등 첨단 분야까지 다학제 협력 연구를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내외에서 석학급 핵심 연구자를 유치하고 이들의 정착을 지원하는 ‘무주(無住) 석좌교수 제도’를 도입하고, 신진 연구자와 차세대 과학자를 지원하는 ‘무주 펠로우십’도 운영할 계획이다.
유 학장은 기초과학이 외면받는 현실에 대해 “자연에서 새로운 이치를 찾아내고, 지식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 과학자의 역할”이라며 “돈보다 이런 가치를 인정해주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의사는 확실한 미래가 보장되는 반면, 과학자의 길은 불확실성 그 자체입니다. 학생들에게 새로운 길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확신합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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