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 기업인 스트래티지도 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기업의 비트코인 평균 매입 단가는 7만6037달러(약 1억1030만원)로 알려졌다. 이 여파로 주가가 올해 들어 14.8% 떨어졌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보유한 비트마인(-26.5%)과 세계 5위 암호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글로벌(-26.6%), 주식 및 암호화폐 매매 서비스업체 로빈후드(-33.1%) 등 다른 비트코인 관련주도 일제히 하락했다.
비트코인의 부진은 올해 다른 자산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대표적 안전 자산인 금 가격이 지난달 사상 최고가를 거듭 갈아치우며 트로이온스당 5600달러를 돌파했을 때도 약세였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가 약보합을 보인 것을 고려하면 위험 자산인 주식과도 가격 흐름이 다르다.
워시 쇼크가 비트코인 가격을 강하게 짓누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리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오를 수 있다는 우려로 위험 자산 선호 심리가 약해져서다. 비트코인은 이자뿐 아니라 배당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금리 상승기에는 주식보다 매력이 떨어진다.
현물보다는 선물을 비롯한 파생 거래 비중이 큰 수급 구조가 하락폭을 더욱 키웠다는 의견이 많다. 비트코인 시장에선 빚을 내 투자하는 레버리지 거래도 상당하기 때문에 가격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손실을 막기 위한 강제 매도가 대거 쏟아진다.
제프리 켄드릭 SC 디지털자산 부문 리서치 글로벌 총괄은 “암호화폐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자금 유출이 가속화하는 상황에 Fed의 금리 인하 가능성마저 희박해졌다”며 “향후 몇 달 안에 추가적인 투매(capitulation)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성에 대한 신뢰도 흔들리는 분위기다. 과거 실리콘밸리은행 사태와 이스라엘·하마스 충돌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금융 시스템 불안으로 전이될 우려가 증폭됐을 때 비트코인은 안정적인 가격 흐름을 보여 ‘디지털 금’이라고도 불렸다. 하지만 경기 상황과 금리 전망이 바뀐 것만으로 가치가 급락하면서 ‘안전자산으로서의 면모를 갖췄다’는 평가가 무색해졌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해 ‘닥터 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명예교수는 최근 국제 오피니언 플랫폼에 쓴 기고를 통해 “지난 1년간 지정학적 위기에서 금값이 60% 올랐지만 비트코인 가치는 6% 하락했다”며 “비트코인은 헤지(위험 회피)가 아니라 위험을 증폭시킨 수단이 됐다”고 지적했다.
‘돈나무 언니’로 널리 알려진 캐시 우드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는 최근 코인베이스 주식 1520만달러어치를 사들였다. 우드 CEO는 “비트코인은 중앙은행과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난 탈중앙화 자산으로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모두 방어하는 안전자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강세론자로 유명한 톰 리 펀드스트랫 설립자는 비트코인 가격이 조만간 반등할 것으로 점쳤다. 그는 최근 가상자산 전문매체 디크립트와의 인터뷰에서 “가격이 한 차례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지만 마지막 흔들림 이후에는 견고한 저점이 형성될 수 있다”며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혹한기)가 이미 끝났거나, 늦어도 4월이면 종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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