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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AI 신약 개발에 뒤처진 한국

입력 2026-02-22 17:18   수정 2026-02-23 00:11

이재명 정부는 최우선으로 육성해야 할 첨단산업으로 인공지능(AI)과 바이오를 꼽고 있다. 2030년까지 AI 분야에서는 글로벌 3대 강국으로, 바이오에서는 5대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래서 나온 게 ‘AI 바이오 국가전략’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바이오는 AI 활용으로 가장 큰 혁신이 촉진되는 분야”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AI로 바이오 연구개발(R&D) 대전환을 이뤄 ‘AI 바이오 글로벌 허브 국가’로 도약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돌입
사람의 DNA는 약 30억 개의 염기쌍으로 이뤄져 있다. 약물을 만들기 위한 화합물 조합의 가짓수는 10의 60제곱 개 이상이다. AI는 이렇게 방대한 바이오·의료 데이터를 다루는 데 최적화돼 있다. 사람의 인지 능력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생명 현상을 파악하고, 패턴을 빠르게 찾아낼 수 있다. 시장 분석 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AI 신약 개발 시장은 2023년 약 2조1900억원에서 2030년 13조4400억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세계가 AI 바이오 기술 패권 경쟁에 들어간 배경이다.

중국은 지난해 4월 발표한 ‘제약산업의 디지털 및 지능형 전환 실행 5개년 계획’에서 AI와 제약 R&D 통합을 강조하고 나섰다. 미국은 같은 해 11월 국가 차원의 AI 기반 과학 혁신 프로젝트인 ‘제네시스 미션’을 공식 출범하면서 생명공학을 6대 우선 영역에 포함했다. 영국도 같은 달 발표한 ‘과학을 위한 AI’에서 ‘신약 개발 가속화’를 첫 번째 과제로 선정했다.

한국은 AI 바이오 분야에서 유독 뒤처져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지난해 공개한 ‘AI 신약 개발 분야 기술 경쟁력 및 정부 R&D 투자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15∼2024년 AI 신약 개발과 관련한 논문 건수가 총 1016건으로 세계 9위에 머물렀다. 미국(9094건), 중국(5211건)은 물론 인도(2203건), 이탈리아(1130건)에도 뒤졌다. 한국이 미국, 중국에 이어 신약 후보물질 보유 건수 3위 국가라는 것을 감안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생명공학연구원은 “한국은 미국, 중국 대비 AI 연구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임상시험 및 환자 데이터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전임상 연구는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저 멀리 앞서 나가는 美·中
중국 바이오 기업 마인드랭크는 지난해 12월 AI를 활용해 개발한 비만 치료 신약을 임상 3상에 진입시켰다. 홍콩에 상장한 미국 바이오 기업 인실리코메디슨은 2023년부터 폐섬유증 치료 신약에 대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은 아직 초기 단계에 그친다. 파로스아이바이오가 지난해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로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한 게 가장 앞선 사례다.

이제 AI 바이오 R&D 판을 새로 짜야 할 때다. AI 바이오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해야 한다. 피지컬 AI로 신약 개발 실험을 자동화하는 바이오 파운드리 구축에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AI는 이미 신약 개발의 문법을 바꿨다. 한국이 여기서 주도권을 잡지 못한다면 AI 바이오 허브 국가로의 도약은 요원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무대에서 K바이오가 설 자리도 점점 사라질 것이다. AI 바이오 국가전략에 온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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