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인도에서 스마트폰 핀테크 시장이 열리자 중국 기업들이 노다지를 본 듯 대거 몰려들었다. 특히 이들은 소위 ‘돈 된다’는 핀테크 대출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인구 14억의 거대한 시장, 은행 서비스를 받지 못한 수억 명의 잠재 고객, 여기에 빠르게 치솟고 있던 스마트폰 보급률까지. 겉으로만 보면 그야말로 황금어장이었을 것이다. 한때 인도 핀테크 대출 서비스의 3분의 1을 중국계가 차지할 정도였다. 그러나 불과 3년 만에 거의 전멸했다. 불투명한 수수료, 과도한 고금리, 상환 협박, 자금 세탁 등 문제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인도 정부가 칼을 빼 들었고, 수백 개의 중국계 핀테크 앱이 삭제됐다. 샤오미 파이낸스, 쿤룬테크 같은 이름난 기업조차 예외 없이 쫓겨났다. 그리고 그 폐허 위에서 비(非) 인도계 기업 중 몇 안 되는 생존자가 우리다.중국 기업은 쫓겨나고 우리는 살아남은 이유는 무엇일까. 장황한 설명은 필요치 않다. 그저 우리가 원칙을 지키는 한국 기업이기 때문이다. 수수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금리 구조를 숨기지 않고, 고객 데이터를 함부로 다루지 않았다. 신용 평가 시스템을 인공지능(AI) 기반 기술로 발전시키되, 규제의 틀 안에서 움직였다. 한국이라는 가장 고도화된 시장에서는 이미 당연한 사항이자,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체득한 원칙이다. 중국 업체들이 인도 시장을 ‘한탕’으로 봤다면, 우리는 ‘100년 사업’으로 봤다. 그 차이가 생사를 갈랐다.
최근 K열풍이 거세다. K팝, K뷰티, K푸드, K반도체 등 한국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세계가 주목하는 시대가 됐다. 여기에 하나를 더 보태고 싶다. K스타트업이다. 스타트업이 주로 도전하는 플랫폼, 정보기술(IT) 서비스 영역은 여전히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미국 주도 시장이라 다른 분야에 비해 녹록지 않다. 그럼에도 한국 스타트업은 각자의 무대에 태극기를 꽂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성공한 B2B 기업 센드버드와 몰로코, 일본에서 자리 잡은 미용 의료 플랫폼 기업 강남언니, 인도 시장 속 어피닛 등이 그 사례다. 이미 K스타트업은 세계 곳곳에서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깃발을 세우고 있다.
K스타트업의 경쟁력은 명확하다. 5000만 명의 까다로운 소비자 사이에서 치열하게 단련된 서비스 설계 능력, 사용자 경험(UX)·사용자 환경(UI)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고민, 데이터 분석의 정교함, 그리고 신뢰를 무기로 시장을 만들어가는 끈기. 우리 역시 이런 경쟁력 덕분에 인도 시장에서 살아남았다. 센드버드와 몰로코가 미국에 자리 잡고, 강남언니가 일본에서 성과를 내고, 우리가 인도에서 버텨낼 수 있는 뿌리는 같다고 본다. 그렇게 내린 뿌리가 깊어질수록 K스타트업의 미래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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