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이른바 햇빛연금 구상을 정책화해 본격 추진에 나섰다. 태양광 전기 판매 수익을 주민들이 나누는 소위 햇빛소득 마을을 올해 500곳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250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원래는 올해 100곳, 2030년까지 50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었는데 작년 말 대통령이 햇빛소득 마을을 ‘남는 장사’로 규정하고 대폭 확대를 지시해 규모가 커졌다.하늘에서 쏟아지는 햇빛으로 만든 전기를 팔아 돈을 나눠 준다니 마치 ‘공돈’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태양광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태양광 발전 원가는 태양광 패널 가격에 큰 영향을 받는다. 햇빛은 공짜고, 인건비 등 관리비 비중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태양광 패널 가격은 계속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개별 태양광 사업자가 직접 부담해야 하는 발전 원가도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을 위해 사회 전체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에 발전 원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태양광은 햇빛에 따라 들쭉날쭉한 간헐성 전원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양수발전과 에너지저장장치, 흐릴 때 태양광을 대신할 백업 발전소도 유지해야 한다. 전력망 역시 대규모로 확충해야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 즉 시스템 비용도 포함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시스템 비용이 대폭 증가한다는 점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의 선두 주자인 독일의 전기요금이 인접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원가가 다소 높더라도 태양광 전기의 시장 가치가 높다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재화의 시장 가치는 흔해지면 싸지고 귀해지면 비싸지는 가격으로 평가된다. 농산물 가격이 풍년이면 떨어지고, 흉년이면 오르는 것처럼 아주 직관적인 원리다. 태양광 전기는 일조량이 많을 때 집중적으로 생산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태양광 비중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맑은 날 오후를 중심으로 전력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전기가 남아돌아 가격이 폭락하는 일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 태양광 확대는 저장장치 확충과 수요관리, 계통 보강이 지속적으로 병행될 때만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독일, 미국 캘리포니아 등에서는 태양광 발전이 몰리는 시간대에 전력 가격이 0원, 심지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아직 10% 남짓에 불과하지만, 전력 수요가 크게 줄어드는 봄이나 가을 주말에 전기가 남아도는 일이 이미 빈번해지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전력 수요가 많아 전기의 시장 가치가 높아지는 동절기 저녁 시간에는 태양광 발전량이 전무해 수익이 사라진다.
요약하면 태양광 비중이 높아질수록 시스템 비용은 크게 증가하는 반면 태양광 전기 생산량이 많을 때는 가격이 과도하게 싸지고, 전기 가격이 비쌀 때는 생산량이 사라지게 돼 태양광 시장의 수익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 태양광은 ‘남는 장사’가 될 수 없다.
결론은 명확하다. 현재처럼 태양광 전기를 높은 가격에 사주지 않는 한 태양광은 햇빛소득 재원으로 부족하다. 결국 햇빛소득은 누군가의 다른 주머니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전기요금에 얹히면 전력 소비자의 부담이고, 재정으로 지급하면 납세자의 부담이다. 햇빛소득은 공돈이 생기는 느낌을 주는 정치 구호는 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공돈이 아니다. 다른 사람 주머니에서 꺼내 나눠주는 또 하나의 이전소득일 뿐이다. 정치 구호와 경제 원칙을 구분하는 냉정함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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