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22일 “아파트와 비(非)거주 다주택의 레버리지 의존 구조를 지금처럼 유지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가”라며 추가 대출 규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실장은 이날 SNS에 “투자 목적의 레버리지가 금융 불안으로 전이될 수 있다면 그 위험은 사적 영역에만 머물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실장은 “자산 가격은 ‘앞으로도 동일한 조건으로 신용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를 반영한다”며 “(이와 같은) 제도의 전환은 투자 목적 레버리지를 점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방향성에 대한 신뢰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투자 목적 주택 매입에 대한 위험가중치 조정, 비거주 다주택 대출의 단계적 담보인정비율(LTV) 축소, 만기 구조 차등화 등 레버리지(부채를 활용한 투자) 축소를 위한 구체적 정책 수단을 나열했다. 레버리지 축소에 따른 임대 공급 감소의 대안으로 기관형 장기임대 사업자 육성과 공공 임대 확대 등을 제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금융당국이 다주택자 대출 만기 연장에 이자상환비율(RTI) 기준 적용을 검토 중이라는 언론 보도를 SNS에 공유하며 “왜 RTI 규제만 검토하나”고 했다. 시장에서는 전반적인 대출 규제 강화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정부 관계자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경제신문이 ‘한경 이코노미스트클럽’ 경제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다주택자를 향한 매물 출회 압박이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시킬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답변을 거부한 1명을 제외한 전원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박춘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면 결국 주택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만기 차등화 등 일관된 신호줘야
김 실장은 아파트와 비거주 다주택의 과도한 레버리지 의존이 시스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택 문제의 핵심은 가격의 높고 낮음이 아니라 레버리지가 가격 변동을 시스템 리스크로 증폭하는 구조에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1990년대 일본 자산버블 붕괴,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발(發)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로 들었다. 그는 “두 사례는 자산 가격 변동이 신용 시스템을 통해 거시경제 위기로 증폭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세제·대출 규제를 동원한 투자·투기 목적의 다주택 해소 노력도 이 같은 문제가 국내에서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김 실장은 “투자 목적의 레버리지가 금융 불안으로 전이될 수 있다면 그 위험은 사적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170조7000억원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김 실장이 단순한 집값 잡기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더욱 근본적인 문제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일본식 부동산버블 붕괴’를 여러 차례 경고했다.
우선 다주택자 대상 단계적 LTV 축소는 이 대통령이 최근 간접적으로 언급한 사안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X(옛 트위터)에 “기존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연장과 대환 대출도 신규 다주택자에 가하는 대출 규제와 동일해야 공평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지난해 ‘6·27 부동산 대책’으로 신규 다주택자는 보유 주택의 담보가치를 아예 인정받지 못하는데(LTV 0%), 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됐다. 김 실장이 ‘단계적 LTV 축소’를 거론하며 사실상 이를 공식화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 실장은 위험가중치(RWA) 조정도 언급했는데, 이는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주담대 전반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20%에서 25%로 추가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는 이미 다주택자의 신규 대출이 금지돼 있고, 토지거래허가제 시행에 따라 실거주 의무도 부과돼서다. 대출 만기 구조를 차등화하는 방안에 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차주 유형별로 대출 만기를 다르게 하는 방안을 살펴볼 수 있다”고 했다.
김 실장은 레버리지 축소가 임대주택 공급 구조 개편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장기 안정 임대를 제공하는 기관형 사업자 육성, 공공·준공공 임대 확대, 거주 목적 장기 고정금리 금융의 체계적 공급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한재영/강진규/서형교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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