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나의 길을 밝혀주는 별, 나란 등대의 사랑의 빛/아시겠지만, 난 곧 숨이 멎을 거예요/내려와 내게 말해줘요./그가 저를 조금이라도 사랑하는지/그의 사랑 없이는 살아갈 수 없으니</i>
이 슬픈 사랑의 노래를 작곡하고 가사도 직접 작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작곡가가 바로 멕시코 출신의 작곡가 ‘마누엘 마리아 폰세(Manuel Maria Ponce Cuellar, 1882~1948)’입니다. 그는 <단존 2번>으로 익숙한 작곡가 ‘아르투로 마르케스’와 함께 멕시코를 대표하는 작곡가로 멕시코 민속 음악부터 대중가요까지 새롭게 창조하여 예술 가곡으로 승화시킨 음악가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현대 멕시코 음악의 창시자’란 칭송까지 들었던 폰세는 어린 시절부터 신동으로 널리 이름을 알렸습니다. 18세의 나이에 멕시코시티 국립 음악원에서 수학하고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유학 후 돌아와 25세의 나이에 모교에서 음악사와 피아노를 가르쳤던 것에서 그의 천재성을 짐작해볼 수 있죠.
미어지는 짝사랑의 아픔을 노래한 폰세의 대표작인 가곡 <에스트렐리타 (Estrellita)>는 작은 별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그가 1912년, 멕시코로 돌아온 시기에 작곡한 <2개의 멕시코 노래 (Dos Canciones mexicanas)> 중 두 번째 곡으로 수록된 작품입니다. 이 곡은 그 아름다운 선율 덕분에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야샤 하이페츠’에 의하여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곡으로 편곡되어 연주되었으며, 지금은 원곡인 성악곡보다 더 많이 연주되고 있습니다.
멕시코 혁명의 여파로 쿠바, 미국 뉴욕 등을 돌며 음악가로 명성을 높여가던 폰세는 정권이 안정되어 다시 돌아온 멕시코에서 결혼은 물론 멕시코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도 활약하였습니다.
작곡을 끊임없이 이어가는 동안에도 부족함을 느꼈던 폰세는 1925년, 43세의 나이에 프랑스로 다시 한번 유학을 떠납니다. 그리고 파리 음악원에서 우리에게는 교향시 <마법사의 제자>의 작곡가로 잘 알려진 ‘폴 뒤카스’에게서 작곡을 배웁니다.
이 시기에 폰세가 만나 평생의 친구가 된 사람이 바로 기타 제품명으로도 잘 알려진 스페인의 전설적인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 ‘안드레스 세고비아 (Andres Segovia Torres, 1893~1987)’입니다. 마지막 제자 마리아 구스만을 비롯하여 미국의 최정상 기타리스트 존 윌리암스, 크리스토프 파크닝과 같은 제자들을 길러낸 것은 물론, 로드리고, 빌라 로보스, 테데스코와 같은 작곡가들에게 기타를 위한 작품을 작곡하도록 동기부여를 한 전설과도 같은 존재가 바로 세고비아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작곡가 중 한 명이 바로 마누엘 폰세였습니다.

폰세는 수많은 멕시코 민요와 가곡들과 2곡의 피아노 협주곡, 1곡의 바이올린 협주곡, 바이올린 소나타, 첼로 소나타, 피아노 트리오, 현악사중주 등 다작을 한 음악가입니다. 자신이 평생 연주한 악기인 피아노 작품만큼 기타를 위한 작품을 많이 작곡한 이유가 세고비아였으며, 세고비아 역시 폰세의 작품들을 항상 자신의 연주 레퍼토리에 포함 시켰습니다.
지금도 폰세가 1929년에 작곡한 <라 폴리아를 주제로 한 변주곡과 푸가>, 1931년에 작곡한 <안드레스 세고비아를 위한 기타 전주곡 ‘실비우스 레오폴드 바이스’>, 1941년에 작곡한 기타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남쪽의 협주곡 (Concierto del Sur)> 등이 대표적입니다.
불세출의 기타 천재와 만나 멕시코를 넘어 스페인의 정취까지 기타 선율에 담아냈던 작곡가 마누엘 폰세가 6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완성된 그의 백조의 노래 역시 기타를 위한 작품이었습니다. 바로 르네상스 시대의 스페인 작곡가 ‘안토니오 데 카베손 (Antonio de Cabezon, 1510~1566)’의 주제로 작곡한 것으로 알려진 <카베손 주제에 의한 변주곡 (Variations on a Theme of Cabezon)>입니다.
르네상스 시대에 뛰어난 즉흥 연주 실력을 자랑하던 건반 연주자로 기악곡의 발전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진 카베손은 어린 시절 병으로 인하여 시력을 잃고 앞을 보는 것에 큰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뛰어난 음악 실력으로 궁정 음악가의 자리에 올랐던 인물입니다. 카베손의 대표작인 <음악 작품집 (Obras de musica)>은 변주곡 모음곡들이 수록되어 있으며, 이 작품집을 비롯한 다성 기악곡 형식인 ‘티엔토스 (Tientos)’ 형식의 작품들을 접한 폰세가 카베손의 변주곡과 같은 기타 작품을 작곡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폰세는 주제와 6개의 변주, 그리고 작은 푸가, 즉 ‘푸게타 (Fughetta)’로 이어지는 기타를 위한 곡을 완성하였으나, 아쉬움이 느껴졌는지 2개의 변주를 더 추가하여 주제와 총 8개의 변주, 그리고 푸게타로 구성된 <카베손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사망하기 2달 전에 완성하였습니다. 이 곡은 폰세와 매우 가까운 사이였던 사제이자 세고비아에게서 기타를 배운 애제자였던 ‘안토니오 브람빌라 신부 (Father Antonio Brambila)’에게 헌정되었습니다.
멕시코의 위대한 작곡가이자 수많은 기타 명곡들을 완성한 마누엘 폰세의 백조의 노래 <카베손 주제에 의한 변주곡>의 재밌는 점은 주제가 되는 선율이 카베손의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단 점입니다. 이 곡의 원래 제목은 <16세기 프랑스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게타 (Variaciones sobre un tema frances del siglo XVI y Fugueta)>라는 주장 역시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는 폰세의 유작은 수많은 기타 연주자들의 손에서 영원히 빛날 것입니다.
박소현 작가?바이올린/비올라 연주자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