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몸통만한 바퀴벌레가 거실 곳곳을 기어다니는 모습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바닥뿐 아니라 벽부터 천장까지 집 안 곳곳을 누비는 이 바퀴벌레는 진짜 벌레는 아니다. 초속 1m로 움직이는 바퀴벌레 특성을 그대로 구현하고 검은색 몸통에 더듬이도 달린 바퀴벌레 모양의 로봇청소기다. '바퀴벌레 로청' 10명 중 3명은 "갖고 싶다"
바퀴벌레 로봇청소기가 바닥과 벽을 기어다니면서 청소하는 모습이 담긴 이미지를 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자들 반응은 들끓었다. 이 제품을 갖고 싶은지를 묻는 투표 결과 23일 오후 기준 1966명 중 '갖고싶다'는 응답은 29%인 반면 '극혐'(극도로 혐오한다)이라는 응답은 65%로 훨씬 많았다. 누리꾼들은 "청소하는 바퀴벌레라니 대체 왜"라고 반문하거나 "누구 머리에서 나온 디자인이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다만 이 로봇청소기는 실제 출시된 제품이 아니다. 쓸모없는 선물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 '굴뚝강아지' 운영사 에고이즘이 자사 SNS 계정을 통해 공개한 콘셉트 이미지 중 하나다. 에고이즘은 SNS에서 "해충이지만 강력하고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바퀴벌레, 그 특징을 담은 전자제품 아이디어를 구현해봤다"고 설명했다.
상용화 제품은 아니지만 이 같은 기상천외한 아이디어가 나온 배경으로는 로봇청소기의 무궁한 발전가능성이 꼽힌다. 지금까지 로봇청소기는 원반 형태 외형에 바닥을 훑으면서 먼지를 흡입한 뒤 물걸레로 바닥을 닦는 기능이 핵심이었다. 기본적인 제품 성격이 '청소기'인 만큼 기업들도 청소 관련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는 중이다.
미래 로청 '청소 이후'가 승부처…104가지 활용법 제시
로봇청소기의 다음 진화 단계로는 '청소 이후'가 꼽힌다. 영국 베스대·캐나다 캘거리대 공동연구진은 청소 이후 로봇청소기가 작동하지 않는 유휴시간을 활용한 여러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충전을 위해 스테이션에 장시간 방치되는 시간에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제시한 것이다.연구진이 내놓은 시나리오는 8개 분야, 104가지 사례에 이른다. 분야별로는 집 안 관리 29건, 개인 보조 27건, 건강·웰니스 12건, 조리·식사 13건, 소통·사회적 상호작용 8건, 반려동물 케어 6건, 보안 5건, 엔터테인먼트 4건 등이다.
연구진이 생각하는 미래 로봇청소기는 청소용 가전을 넘어선 가정 내 '이동형 플랫폼'에 더 가깝다. 집 안 관리 분야에선 실내를 돌아다니면서 누수와 같은 기타 이상 징후를 점검하거나 특정 공간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기능이 예시로 언급됐다.
개인 보조와 관련해선 단순 심부름을 넘어 사용자를 따라다니며 지원하는 기능이 꼽혔다. 예컨대 사용자가 움직일 때 로봇청소기가 함께 움직이면서 무선 충전 패드 역할을 하는 식이다. 조리·식사 분야에선 주방으로 이동해 조리 상태를 확인하고 레시피 등의 정보를 띄워 움직이는 '조리 보조' 역할이 제시됐다.
소통·상호작용 분야의 경우 가족들 사이의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사용자 상태를 주변에 알리는 기능도 검토할 수 있다. 반려동물 케어와 관련해선 사용자가 집을 비운 사이 로봇청소기가 반려동물 상태를 확인하고 보조 업무를 맡는 예시가 언급됐다. 보안 분야 활용 방법으로는 현관, 창문 주변을 순찰하면서 사람이 접근하면 알림을 보내는 '이동형 경비' 모델이 제시됐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선 콘텐츠를 보여주거나 조명·음향을 연동해 놀이 도구가 될 수도 있다.

4가지 활용법 실제 구현도…로청 개인화·다기능화 관건
연구진은 아이디어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4가지 예시를 실제로 구현해 유휴시간 활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연구진은 로봇청소기가 사용자를 따라다니면서 스마트폰 등을 충전해주는 이동형 무선 충전기 사례를 구현했다. 화상회의가 시작될 경우 로봇청소기가 주변을 돌면서 '회의중'과 같은 메시지를 띄우는 디스플레이 표지판 역할도 수행하도록 했다. 프로젝터를 달아 운동 동작을 안내하는 영상을 벽·천장에 띄우는 홈트레이닝 기능을 시연하기도 했다. 집 박에서 사용자가 원격으로 실내를 살피면서 주방에 오븐이 켜져 있는지 확인하는 점검 기능도 검증했다.
연구진이 제시한 이동형 플랫폼으로 기능을 확장하려면 하드웨어 스펙만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사물인터넷(IoT) 생태계 연동,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이에 관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향후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구진은 또 로봇청소기가 집 안 구조를 파악하는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청소 경로를 계산하는 수준을 넘어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학습해 '언제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보안이 중요 변수로 떠오른다. 카메라와 센서가 집 안을 더 세밀하게 들여다볼수록 사용자 프라이버시, 데이터 등 개인정보 보호 수준이 중요하다. 침실이나 욕실 같은 사적 공간을 돌아다니는 로봇청소기가 무엇을 얼마나 수집하고, 누가 접근할 수 있는지에 따라 시장 확장 속도가 좌우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청소기는 더 복잡한 환경을 주행할 수 있는 이동성과 청소가 끝난 이후 유휴시간의 활용도를 높이는 다기능화, 이 두 갈래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향후 연구는 변화하는 사용자의 필요와 맥락에 적응하는 데 초점을 맞춰 로봇청소기가 개인화되고 효율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는 향후 가정용 로봇이 다양한 개인화된 사용자 필요와 주거 구조에 대응하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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