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리 헌트는 에스토니아 건축을 “재료의 정직함, 풍경과의 조화, 절제된 태도”로 요약한다. 그가 말하는 ‘Quiet’은 공간의 핵심 경험을 흐리는 요소를 덜어내는 태도에 가깝다. 그는 “설계는 형태에서 출발하지 않고, 지형·바람길·조망 같은 환경 조건을 먼저 읽는 데서 시작한다”며, “공간의 본질과 무관한 과잉된 시각 요소는 의도적으로 덜어 낸다”고 덧붙였다.
그러한 관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Maidla Nature Resort ? Kaseke & Kabi Villas’와 ‘Minikin Hunt’를 꼽았다. 전자는 “숲의 일부와 같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건축”을, 후자는 “공간의 품격을 잃지 않으면서도 산업적으로 생산 가능한 소형 모듈러 프로토타입”을 상징한다. 한국과의 접점도 멀지 않다고 봤다. 리트릿·부티크 호텔처럼 공간 경험이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강점을 낼 수 있고, 모듈러·프리패브 방식은 파일럿을 시작하기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부터 큰 프로젝트일 필요는 없다. 작게라도 프로토타입부터 시작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내다봤다.

레네 푸세프는 산업화·오프사이트 건설의 병목을 “설계 단계의 상상과 공장 제조 현실 사이의 간극”으로 진단한다. 공장이 늦게 참여하고 견적이 끝까지 불명확하면, 프로젝트가 매번 처음부터 다시 맞춰야 하는 번거로움에 직면한다는 지적이다. 그가 말하는 ‘Industrial Construction OS’는 설계?제조기준?견적?공급을 하나로 연결해, 초기 스케치부터 ‘생산 가능한 설계’를 만들도록 돕는 디지털 시스템이다. 한국과의 협업에 대해서는 “한국의 공장·건설 프로세스에 맞춘 디지털 컨피규레이션 도구를 먼저 만드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협업 경로는 ‘디지털 파일럿→현장 파일럿→확장’이다. 현재 공간 제작소(Space Factory)와의 협업도 진행 중이며, 학교·유치원·의료시설·근로자 주거 등 공공 성격의 프로젝트에서 확산 속도가 빠를 것으로 내다봤다. 성공 요인으로는 초기부터 설계 의도와 공장 생산 기준을 맞춰가는 ‘설계와 제조의 통합’을 꼽았다.
두 건축가의 접근법은 다르지만, 결론은 같다. 정밀한 설계 철학과 표준화된 실행 시스템이 만나면, 한국에서도 목재 기반 공간과 산업화 건설이 ‘가능성’이 아니라 ‘프로젝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코리아빌드는 그 출발점을 확인한 자리였고 다음 단계는 실제 협업으로 구체화되는 일이다.
에스토니아 기업청 크리에이티브 산업 매니저 카디 할얀드(Kadi Haljand)는 “에스토니아 건축은 명확한 디자인 언어와 기술적 혁신,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발전해 왔다”며 “한국의 추진력과 산업적 규모가 만나면 의미 있는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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