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천연화장품 원료 1위 기업인 현대바이오랜드는 피부에 좋다는 식물은 모두 연구 중이다. 장미와 동백꽃, 호랑이풀(병풀)뿐 아니라 바다포도, 토마토, 무순 같은 먹거리도 포함됐다. 녹차와 쌀 외에 영지버섯, 인삼 같은 보양식 재료도 들여다보고 있다. 일명 ‘연어 주사’로 알려진 피부재생 성분(PDRN)을 추출하기 위해서다.지난 20일 찾아간 현대바이오랜드 충북오송공장에서는 PDRN 관련 연구가 한창이었다. 연구원들은 반투명한 장미 DNA 용액이 담긴 비커에 에탄올을 붓고 천천히 유리막대로 저었다. 그러자 몽글몽글 DNA 유효성분이 뭉치며 에탄올 위로 떠올랐다. 코스닥 시장 상장사인 이 회사의 김병국 신소재파트장은 “PDRN 순도를 높이면서 화장품용 용액으로 정제하는 과정”이라며 “각 화장품 제조사가 요구하는 순도, 성분, 색상 등을 모두 맞춰서 제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PDRN은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DNA를 잘게 정제한 성분으로 피부 재생이나 탄력 개선, 저속노화 등에 효능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장품으로 유명해진 건 연어 생식세포에서 추출한 동물성 PDRN이지만 최근엔 식물성 수요가 늘고 있다. 쌀, 녹차, 장미, 동백꽃 등에서 추출한 PDRN은 식물적 특성 덕분에 미백, 잡티 개선 같은 부수 효과까지 볼 수 있다. 예컨대 쌀눈은 멜라닌 생성을 억제하고 콜라겐 합성을 유도한다. 별꽃은 사포닌을 함유해 피부 진정 효과가 있다. 장미는 항산화 성분인 안토시아닌 성분을 함유해 주름 개선, 탄력 개선, 피부 재생 등의 효능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현대바이오랜드는 2023년 생명과학연구소 안에 신소재파트를 신설하고 식물성 PDRN 연구를 시작했다. 2024년 장미에서 추출한 PDRN을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이후 식물성 PDRN 제품군을 20여 개로 늘렸다. 그 이전에는 히알루론산(보습성분) 등이 화장품 주력 제품이었지만 PDRN, 엑소좀 등 고부가가치 제품 매출을 늘리고 있다. 현재 5%인 PDRN 매출 비중을 5년 내 20%까지 올린다는 계획이다. 엑소좀은 세포에서 나오는 나노 크기의 초미세 전달체다. 세포 간 신호를 전달하는 매개체로, 피부장벽을 개선하고 화장품 속 보습 효능성분을 세포로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 회사의 핵심 경쟁력은 3000종이 넘는 원료 빅데이터다. 김 파트장은 “살아있는 식물과 건조된 식물에서 추출할 수 있는 성분의 양이 천차만별인 데다 물, 에탄올 등 용매별 추출성분도 다르다”며 “30년 간 축적한 화장품 원료에 대한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PDRN 연구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현대바이오랜드의 식물성 PDRN은 국내 화장품업체는 물론 글로벌 유명 브랜드의 50만원대 크림에도 들어간다. 이 회사의 매출은 2024년 1195억원에서 지난해 1305억원으로 9.8% 증가했다. 황현준 현대바이오랜드 상무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2030년 매출 200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송=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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