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대광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형사3단독 판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중견 건설업체 B사 대표이사인 정모씨에게 지난해 12월 19일 무죄를 선고했다.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정씨를 대리해 무죄 선고를 이끌었다.정씨는 2023년 3월 21일 B사가 맡고 있던 경기 이천의 한 창고 시설 신축 공사 현장에서 하청 근로자 1명이 사망한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B사는 기계 설비 공사 일부를 하청에 맡겼는데, 피해 근로자는 고소작업대(작업자를 높은 곳으로 올리는 이동식 작업 장비)에 올라탄 채로 이동하던 중 고소작업대 난간과 하지철물(설비 고정을 위한 하부 철제 구조물) 사이에 머리가 끼는 사고로 숨졌다.
검찰은 정씨가 안전보건관리책임자 평가·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안전보건총괄책임자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는지, 하청업체가 산업재해 예방 능력을 제대로 갖췄는지 반기에 1회 이상 점검해야 하는데 이에 소홀했다는 혐의였다.
그러나 법원은 이 회사 CSO가 CEO로부터 안전·보건 관리 업무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전적으로 위임받았다는 이유로 정씨에겐 죄가 없다고 판단했다. 2019년 1월 취임한 정씨는 2022년 2월 SEQ(safety environment quality)실을 신설하고, SEQ실장인 CSO에게 안전·보건 업무를 모두 이관했다. 함께 기소된 CSO에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한 판사는 CSO가 안전·보건 업무에 한해 전결권을 갖고 있고 CEO로부터 결재나 지시를 받지 않은 경우라면 CEO를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로 볼 수 없다고 봤다. CSO가 CEO보다 업무 경력이 길고 사내이사(임원) 지위를 보유하고 있었던 점도 함께 고려됐다.
법 시행 이후 4년여간 논란이 지속돼 온 경영책임자의 범위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다소 걷혔다는 의미도 있다. CSO의 역할과 책임 범위가 한층 분명해져 관련 제도 정착의 법적 근거가 확보됐다는 평가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책임 회피’라는 인식에 갇혀 소극적이던 기업까지 CSO 도입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확정판결이 아닌 만큼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CSO 제도를 법망 회피 전략으로 여겨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한 노동 전문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의도에 부합하는 판결인지 상급심에서 다툼이 있을 것”이라며 “사건별로 CEO, CSO 등 명칭이 아니라 실질적인 결정권이 누구에게 있었는지를 따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양측이 항소해 이 사건은 2심 단계로 넘어갔다.
장서우/허란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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