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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거주 공간' 자동차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기술

입력 2026-02-24 15:42   수정 2026-02-24 15:43

최근 자동차 산업은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 중심의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시대로 급격히 전환하고 있다. 대형 디스플레이와 커넥티비티 기술의 발전으로 차량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업무와 휴식, 엔터테인먼트가 이루어지는 ‘제2의 거주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진화의 이면에는 탑승객 구성과 상관없이 모든 개인정보가 인포테인먼트 화면(AVN)에 노출되는 프라이버시 사각지대라는 사회적 문제도 있다.

가족, 직장 동료, 외부인 등 동승자 성격에 따라 공개하고 싶지 않은 운전자의 메시지, 일정, 통화 기록 등이 무분별하게 노출되기도 한다. 기존 수동 보안 기능은 설정이 번거롭고 활용도도 낮아 사용자의 개입 없이도 자동으로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무자각 보안(Seamless Security) 기술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이 바로 AI 인원 식별을 활용한 지능형 보안 정책 자동화 기술이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최대 화두인 ‘AIDV(AI 중심 자동차)’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차량 내부에 장착된 OMS(탑승자 모니터링 시스템) 카메라가 운전석에 앉은 사용자의 얼굴을 인식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AI가 탑승자를 식별하면 별도의 로그인 없이 해당 사용자의 개인 프로필이 자동으로 연동돼 평소 즐겨 듣는 음악 리스트나 시트 각도 등 개인화된 설정이 즉시 적용된다. 단순히 운전자 편의를 넘어 식별된 사용자의 데이터를 보호하는 능동형 보안 체계를 함께 가동한다.

AI는 얼굴 특징점을 분석해 탑승자마다 신뢰 등급(Trust Level)을 부여한다. 운전자 본인 외에 지인이나 외부인이 감지될 경우 메신저 알림, 저장된 일정 등 민감한 정보를 자동으로 분류해 노출을 차단한다. 예컨대 운전자 또는 등록된 가족(Level A)이 탑승했을 때는 개인화 서비스가 그대로 제공되지만, 지인이나 직장 동료(Level B), 혹은 외부인(Level C)이 감지되면 AI가 이를 즉시 판단해 정보 노출을 제한한다. 이 분류는 화면 가시성을 물리적으로 제어하는 가변형 안티 피핑(Anti-Peeping·훔쳐보기 방지) 기술과 연결된다.

가변형 안티 피핑 기술은 화면 보호 필름이나 디스플레이의 광학 특성을 조절해 정면에서는 또렷하지만 측면에서는 보이지 않도록 시야각을 제한하는 프라이버시 기술이다. AI가 부여한 신뢰 등급에 따라 시야각을 실시간으로 조절하는데 운전자가 민감한 정보를 확인할 경우 조수석 방향 픽셀 대비를 낮춰 옆자리에서는 화면이 흐릿하게 보이도록 시각적 보안막을 형성한다. 즉 ‘나’를 알아보는 개인화 기술이, 곧 ‘남’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시야 제어 기술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조다.

이 기술은 최신 차량에 기본 탑재되는 실내 카메라와 인포테인먼트 하드웨어를 활용하는 방식을 지향한다. 새 하드웨어를 추가로 구축할 필요 없이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고도화만으로 보안 기능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성이 높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용 운영체제(OS) 내재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 역시 차량 내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함이다.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차량 내 개인정보의 민감도는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다. AI가 상황을 스스로 판단해 사용자의 데이터 주권을 지켜주는 지능형 보안 기술은 SDV 시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필수 요소이자 미래 모빌리티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현경 현대모비스 인포커넥티비티APP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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