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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가능성 뚫은 엘리엇 분쟁…"국민연금 국가기관 아냐" 통해

입력 2026-02-24 14:06   수정 2026-02-24 14:21



영국 법원이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상대로 한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판정 취소 소송의 핵심 쟁점은 국민연금공단이 국가배상 책임의 주체인 ‘국가기관’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영국 법원은 국민연금공단이 정부와 별개의 법인격을 보유하고 있다는 정부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다만 한국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의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한 행위는 ‘관련성 있는 조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향후 재개될 중재 판정에서 배상 책임이 다시 인정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잠재적 ISDS 막았다"...정부 주장 받아들인 英 법원

24일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엘리엇 ISDS 취소 판결 선고 브리핑을 진행한 조아라 법무부 국제투자분쟁과장은 이번 중재 판정 취소 소송의 핵심 쟁점은 "국민연금의 국가기관 인정 여부"라고 밝혔다. 조 과장은 이어 "이같은 사실을 명확히 하지 않아 판례가 확정돼 선례가 된다면 최대 1800조원 상당의 연금을 운용하며 수백, 수천개의 주식회사 주식을 보유한 국민연금 투자활동이 '정부 조치'로 간주하면서 잠재적인 ISDS 대상이 될 수도 있었는데 이를 막아냈다"고 평가했다.

엘리엇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했는데도 주요 주주였던 정부 기관 국민연금공단이 이에 찬성해 삼성물산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며 ISDS를 제기했다.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는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을 배경으로 한 정부의 부당한 압력 행사 때문이며, 이에 따라 약 1조원 이상의 주가 하락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ISDS를 제기하려면 투자자가 문제 삼는 정부의 행위가 중재판정부가 심사할 수 있는 '관할'이 있는 사건이어야 한다. 관할의 요건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규정돼있는데, 그중 하나가 '문제 되는 행위가 국가기관에 이뤄낸 경우(정부에 의해 채택되거나 유지된 조치)'다.

2023년 6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엘리엇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약 1억782만달러(약 1558억원)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국민연금공단을 사실상 국가기관으로 보고 공단의 의결권 행사를 ‘국가기관의 행위’로 판단한 것이다.

반면 취소 소송을 진행한 영국 법원은 ‘국민연금공단은 국가기관으로 간주할 수 없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영국 법원은 ▲국민연금공단이 정부와 별개의 법인격을 보유한 점 ▲공적연금기금 운용이 치안·국방 등 국가의 핵심 기능에 해당하지 않는 점 ▲국민연금공단의 일상적 의사결정이 정부에 완전히 종속돼 있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엘리엇 ISDS’…남은 절차는
엘리엇 측은 추가 소송 비용과 배상액 규모 등 기회비용을 따져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소송 비용 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부대 사항이 확정된 뒤 3주 이내에 항소 신청 여부를 정해야 한다.

엘리엇이 항소하면 항소심에서 국민연금공단의 국가기관 해당 여부를 다시 다퉈야 한다. 앞선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는 소송 요건 성립 여부만을 판단했기 때문에 국민연금공단의 성격에 대해서는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다. 항소심 결과에 따라 다시 1심이나 상고심에서 다툴 가능성도 있다. 다만 상고 역시 항소심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해 실제 상고가 이뤄질지는 불확실하다.

앞서 국내 ‘국정농단’ 재판에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국민연금공단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된 점도 엘리엇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대로 정부 행위와 엘리엇 손해 사이 영향력과 인과관계가 모두 부정될 경우, 정부의 배상 책임은 0원으로 귀결될 수 있다.

소송 절차가 마무리되면 본안인 환송 중재 절차에 들어간다. 기존 PCA 판정은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국민연금공단이 모두 국가기관에 해당한다는 전제 아래 엘리엇이 입은 손해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영국 법원이 국민연금공단은 국가기관이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환송 중재에서는 국가기관의 의사결정과 엘리엇의 손해 사이 인과관계를 다시 따져야 한다. 청와대와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공단의 합병 찬성 표결에 영향을 미쳤는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엘리엇의 손해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재검토하게 된다는 것이다.

민경원 국제투자분쟁과 검사는 “추후 소송에서는 국가기관(청와대·복지부)의 행위와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사이의 인과관계, 그리고 그 행위가 엘리엇의 손해로 이어졌는지 여부 등 두 가지 쟁점을 중점적으로 방어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송 중재 판정 이후에도 판정에 대해 다시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 어느 한쪽이 판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최종 절차 종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론스타와의 ISDS 소송은 2012년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중재 신청이 접수된 이후, 2025년 11월 중재판정 취소 소송에서 정부가 승소하기까지 13년이 걸렸다. 한국 정부는 이 소송에서 승소해 4000억원의 배상 책임을 벗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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