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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산업계 95% 전기료 내려간다…49년 만에 대대적 조정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

입력 2026-02-24 14:30   수정 2026-02-24 16:32



산업계의 95% 이상이 전기요금 인하 효과를 누릴 전망이다. 정부가 1977년 도입된 계절·시간대별(이하 계시별) 요금체계를 49년 만에 대대적으로 조정하면서다.

24일 재계와 정부 등에 따르면 이번 계시별 요금제 개편의 핵심은 전기가 남는 시간에는 더 싸게, 부족한 시간에는 더 비싸게 하는 ‘가격 신호’를 분명히 하겠다는 데 있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설비가 크게 늘면서 한낮에는 전기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지고 있고, 그 결과 저녁(18~21시)이 새로운 피크(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시간대)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특히 봄·가을철 주말 낮에는 태양광 전기가 남아도는 일이 더 심해졌고, 재생에너지 출력제어(전기가 남아 발전을 일부 멈추는 조치)도 덩달아 급증했다. 지난해 기준 전체 출력제어의 약 90%가 이 시간대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전기를 많이 쓰는 시간(최대부하), 보통 쓰는 시간(중간부하), 적게 쓰는 시간(경부하)으로 나눠 전력량요금(사용한 전기량에 따라 내는 요금)을 달리 매기는 기존 계시별 체계를 재설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①시간대 구분을 바꾸고 ②경부하·최대부하 요금 단가를 조정하며 ③3년 한시적으로 봄·가을철 주말 집중할인을 도입하는 등 3대 개편안을 추진한다. 우선 3~10월 평일 기준으로 기존 최대부하였던 11~12시와 13~15시는 중간부하 요금으로 낮추고, 18~21시는 최대부하 요금으로 올린다. 쉽게 말해 한낮의 요금은 내려가고 저녁 요금은 올라간다. 적용 대상은 산업용과 일반(상업)용, 교육용, 전기차 충전전력 등 대용량 소비자다.

요금 단가 자체도 조정된다.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해 15~21시 최대부하 요금을 인하하고, 심야 경부하 요금은 인상하는 식으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경부하-최대부하 요금 격차는 2.2배로, 미국·일본·프랑스(약 1.3~1.5배)보다 컸다. 이번 조정으로 격차를 합리화해 왜곡된 가격 구조를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 단가 자체는 확정되지 않았다.

또한 산업용 전기요금과 전기차 충전전력에 대해서는 봄(3~5월)·가을(9~10월)의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에 ‘주말 집중 할인’을 3년간 한시 도입한다. 재생에너지 발전이 많이 남아도는 시간대의 요금을 추가 인하해 기업들이 주말 가동을 확대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주말 요금 할인폭 역시 미정이다.

이번 요금 개편의 관건은 사업자별 ‘경부하 사용 비중’이다. 공장이 1년 365일, 하루 24시간을 똑같은 비율로 가동한다고 가정하면 전체 8760시간 중 약 53%가 경부하 시간대에 해당한다. 이 53%가 일종의 기준선인데, 실제 전력 사용에서 경부하 비중이 53% 미만이면 ‘최대부하 요금 인하+경부하 요금 인상’ 구조에서 순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전체 약 4만개 사업장 가운데 경부하 비중이 53%를 넘는 곳은 2000개 수준(5%)으로, 결과적으로 95% 이상은 이번 요금 개편으로 인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업종별 유불리는 있다. 경부하 비중이 높은 업종은 주로 철강·시멘트 등 전통 제조업 대기업들이다. 이들 중 일부는 밤 시간대 공장 가동률이 높아 경부하 요금 인상으로 인한 타격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 특히 전력 사용량이 많은 일부 대형 사업장은 인하 폭이 제한되거나 소폭 인상될 여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석유화학 업종은 365일 24시간 비교적 일정하게 공장을 가동하는 특성이 강해 요금 인하 효과를 누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반도체·자동차 업계 등도 낮 시간대 전기 사용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대체로 인하 효과를 볼 가능성이 크다.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앞으로 태양광 발전이 더 늘어나면 전기가 남는 시간대가 더 확대될 수 있다”며 “그 경우 지금의 ‘싼 시간대’보다도 중간 시간대 요금을 더 낮추는 방안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봄·가을 주말에만 3년 동안 한시적으로 할인하는 방식은 기업 입장에서 장기 계획을 세우기 어렵게 만든다”며 “일시 조치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정착시키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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