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오후 4시30분경 서울 중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인근에 위치한 찜질방 안. 신발 보관함 옆에 캐리어들이 보관돼 있었다. 한국에 여행 온 외국인 관광객들의 짐들이었다. 카운터에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와 함께 적힌 안내판들이 붙어있었다. 카운터에는 4~5명씩 온 단체 손님들은 중국어로 이야기하면서 입장권을 결제했다. 찜질방 안내데스크 직원은 "외국인 관광객 손님이 많다"며 "이번 설날에는 더 많이 왔다. 2배 이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관광객들은 패키지 여행 코스로 찜질방을 찾기도 했다. 이날 중국인 관광객 4명을 데리고 찜질방을 방문한 가이드 A씨는 "패키지 여행 중 찜질방을 오는 콘텐츠가 있다"며 "중국에는 사우나만 있고 찜질방이 없는 지역이 있다. 주로 그런 분들이 한번 경험해보려고 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사람마다 만족하는 건 다르지만, 한국의 찜질방에 대한 궁금증은 큰 거 같다"고 덧붙였다.
중국 뿐 아니라 다른 국가 관광객을 대상으로도 찜질방 체험 관광 프로그램은 활발하게 소개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데바 스미스(24)씨와 데바 스웨타(22) 씨는 "단체 투어에 참여했다"며 "이곳에 오는 게 일정에 있어서 왔다"고 했다.

찜질방 내부로 들어가니 고객들은 한옥으로 꾸며진 쉼터에서 누워 쉬거나 찜질방을 왔다 갔다 하며 찜질을 체험했다. 67.5도 고온 찜질방에서 나온 고객은 수건 양머리를 한 채 자국의 언어로 대화를 나눴다.
가장 인기 장소는 냉방이었다. 얼음으로 뒤덮인 냉방 안에서 고객들은 여럿이 붙어 앉아 몸 온도를 식히고 있었다.
해당 찜질방 지점장인 정모씨는 "주로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아시아권 관광객들이 많이 온다"며 "찜질방과 비슷한 문화가 있는 곳도 있지만, 한국만의 찜질방을 체험하고, 즐기기 위해 오시는 거 같다"고 했다.
저렴한 가격에 숙박이 가능하다는 점도 찜질방 인기를 높이는 요소다. 정씨는 "주로 명동·남산 투어를 한 관광객들이 우리 찜질방을 찾는다"며 "하루 숙박비가 10만원인 숙박업소에 비해 찜질방은 1만6000원이면 올 수 있어 가격 접근성이 좋다. 외국인 관광객만을 위한 서비스는 아니지만 짐 보관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입장하기 전 외출 1회를 허용해 캐리어를 두고 돌아다니면서 밥을 먹고 숙박을 위해 오는 분들이 있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흥행 이후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찜질방이 보다 대중적인 인기를 끌게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케데헌'의 주인공인 그룹 헌트릭스 멤버들이 투어를 마치고 "함께 찜질방에 가고 싶다"는 대화가 나오면서 호기심을 자극한 것.
하나카드의 외국인 신용·체크카드 결제 내역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사우나·찜질방·목욕탕 업종의 결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 크리에이트립의 '2025 인바운드 관광 트렌드'는 지난해 하반기 1인 세신(때밀이) 상품 거래액은 상반기 대비 170% 급증했다고 집계했다.
동대문 외 지역에도 외국인 관광객들은 찜질방을 찾았다.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명동의 찜질방도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해당 찜질방 점주인 50대 B씨는 "우리는 단골 손님이 대다수인데 명동 관광을 왔다 오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종종 있다"며 "주로 대만 관광객이 많고 홍콩, 일본 관광객도 있다. 여행 애플리케이션과 연계가 되어 있어서 그런지 이걸 통해서 오더라"라고 이야기했다.
홍대에서 찜질방을 운영하는 50대 C씨는 "중국인 관광객이 주로 많이 온다. 혼자보다는 단체로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홍대 찜질방 또한 안내 데스크에 중국어, 일본어, 영어로 적힌 안내말이 붙어있었다. 찜질방에 들어가기 전에는 캐리어 보관함이 있어 캐리어를 두고 입장할 수 있었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한국 사람들의 일상을 같이 경험하는 방식으로 관광 방식이 많이 전환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정보가 많이 공유되면서 나타나는 현대사회의 특성이라고도 볼 수 있다"며 "예전에는 유명한 관광지만 찾는 경우가 많았다면 한국 자체의 브랜드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 사람들이 경험하는 생활 방식을 따라 하고 싶어하게 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이제 체험 위주의 관광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관광 산업이라 생각하지 않았던 문화도 외국인 관광객들의 관심을 받아 관광 콘텐츠로 부상할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고 부연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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