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우리 금융업계는 구조조정을 겪었고, 2000년 금융지주회사법이 제정됐다. 금융지주회사가 은행·증권·보험·자산운용 등 금융회사들을 자회사로 보유하고 금융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됐는데, 이는 은행의 조직문화가 다른 자회사로 확산하는 계기가 되었다. 금융그룹에서 은행의 비중과 영향력이 크니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을 것이다. 2000년대 초반 굿모닝증권과 신한증권이 합병했고 대한투자증권은 하나금융그룹에, 한국투자증권은 동원증권에 인수됐다. 이후 20여 년 동안 이들 증권사의 성장 과정을 보면서 조직문화와 경영성과의 차이를 생각해본 적이 있다. 은행의 조직문화와 여신 중심의 자금 운용 방식을 자본시장에서 경쟁하는 증권사·자산운용사에 적용한 것이 원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투자은행과 상업은행 사이에는 결합과 분리의 역사가 있다. 둘의 분리는 1929년 대공황 이후 고객의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은행이 주식, 채권과 같은 위험한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글래스 스티걸법’을 제정하면서 시작됐다. 이 법을 계기로 씨티은행과 JP모간 같은 상업은행은 예금과 대출,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투자은행은 유가증권 인수 등 기업금융 업무에 집중하게 됐다. 이후 업종 간 칸막이를 없애 경쟁을 촉진한다는 명분 아래 1999년 폐지되었다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다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에서는 2009년 도입한 국제회계기준(IFRS)이 금융지주회사의 자금 운용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IFRS 도입 전 기본 재무제표는 자회사 각각의 개별재무제표였는데 도입 후에는 연결재무제표가 기본이 되었다. 금융지주회사의 연결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자본비율 등을 산정하므로 금융지주에 은행이 자회사로 있을 경우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나 위험가중자산(RWA) 등 은행에 대한 자본 규제가 자회사에까지 적용되는 제약이 생겼다. 대형 증권회사들이 대부분 금융지주 계열이니 국내 주식 비중을 축소하고 여신성 자금 운용을 확대하게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으로 추측한다.
현재 우리 금융시장은 예금과 대출 중심의 간접금융에서 모험자본 중심의 자본시장으로 ‘머니무브’라는 큰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걸맞게 도입한 지 25년이 넘은 금융지주회사법의 공과를 평가하고 새로운 환경에 걸맞게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리모델링’을 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약 100년 전 미국에서는 은행의 모험자본 투자를 제한하기 위해 법을 제정했지만, 반대로 우리는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의 분리를 논의해봐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모험자본 투자가 단기 구호에 머물지 않고 50년, 100년 후에도 지속 가능하려면 금융지주회사를 은행지주회사와 금융투자지주회사로 분리하는 제도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정부와 시장 참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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